[칼럼] 단결하라!연대하라!(한겨레신문 2008.5.1)
김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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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01 12:00
“우리도 햇빛을 보고 싶다네 / 꽃 냄새도 맡아보고 싶다네// 하나님이 내려주신 축복인데 / 우리 이제 여덟 시간만 일하세// 여덟 시간은 휴식하고 / 남은 여덟 시간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해보세”
1886년 미국 노동자들이 8시간 노동 구두를 신고, 8시간 노동 담배를 피우며 부른 노래다. 마침내 5월1일 노동자들은 8시간 노동제를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전국에서 34만명이 거리행진에 참가했고, 19만명이 파업을 벌였다.
5월3일 경찰은 매코믹 농기계 공장에서 농성하던 노동자들에게 총을 쏘아, 어린 소녀를 포함해 6명이 죽었다. 4일 시카고 헤이마켓 광장에서는 경찰의 만행을 규탄하는 대규모 항의집회가 열렸다. 집회가 끝나갈 무렵 누군가 폭탄을 터뜨렸고, 많은 사람이 죽고 다쳤다. 경찰은 주모자로 노동운동가 8명을 체포했다. 1년여의 재판 끝에 4명은 교수형, 3명은 징역형을 선고받았고, 1명은 재판받던 중 감옥에서 숨졌다. 사형을 선고받은 스파이즈가 남긴 최후 진술이다.
“만약 그대가 우리를 처형함으로써 노동운동을 쓸어 없앨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렇다면 우리의 목을 가져가라! 가난과 불행과 힘겨운 노동으로 짓밟히고 있는 수백만 노동자의 운동을 없애겠다면 말이다! 그렇다. 당신은 하나의 불꽃을 짓밟아 버릴 수는 있다. 그러나 당신의 앞에서, 뒤에서, 사방팔방에서 불꽃은 꺼질 줄 모르고 들불처럼 타오르고 있다. 그렇다, 그것은 들불이다. 당신이라도 이 들불을 끌 수는 없으리라.”
1889년 7월, 프랑스 혁명 100돌을 기념해 파리에서 열린 제2인터내셔널 창립대회는, 1890년 5월1일을 ‘노동자 단결의 날’로 정하고 시위를 벌이기로 결정했다. 메이데이는 이렇게 시작됐다.
그렇지만 세계 노동절 118돌을 맞는 오늘, 한국 노동자들의 현실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연간 노동시간 평균은 1777시간이다. 우리는 2357시간으로 580시간 길다. 노동시간이 가장 짧은 네덜란드(1391시간)와 견주면 966시간 길고, 우리 다음으로 노동시간이 긴 그리스(2052시간)와 비교하더라도 305시간 길다. 사정이 이런데도 우리는 ‘월화수목금금금’을 마치 자랑이라도 되는 양 얘기하는, 지독한 일중독 사회에서 살고 있다.
이처럼 장시간 노동이 일상화되고 노동자들 내부적으로 격차가 크다 보니, 저임금 계층 비중도 가장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임금 불평등이 가장 심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도 ‘하위10% 대비 상위 10% 임금’이 4.5배인데, 한국은 5.4배다. 전체 노동자의 27.4%가 저임금 계층에 속하고, 법정 최저임금조차 못 받는 사람이 11.9%나 된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벌써 두어 달이 지났다. 그렇지만 노동자들의 참담한 현실을 개선할 노동정책은 아직 찾아볼 수 없다. ‘규제 완화’와 ‘법과 원칙’만 강조할 뿐이다. 이런 정부 분위기에 편승해서 전경련 등 경제 5단체는 지식경제부에 규제개혁 과제 267건을 제출했다. 퇴직금과 적극적 고용조치 제도를 없애고, 모성보호와 직장 내 성희롱을 완화하고, 고령자와 장애인 고용의무 및 정리해고 요건을 완화하자는 것이 주를 이룬다.
하기야 ‘강부자 정부’에 노동자들의 참담한 현실을 개선할 노동정책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부질없는 일일지 모른다. 앞으로 한동안은 노동자들 스스로 단결하고 사회적 약자끼리 연대하는 것만이, 참담한 삶의 조건을 개선하고, 인간다운 삶을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