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전태일 50주기와 조우한 민주노총의 길
김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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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07 02:54
* 이 글은 경향신문 <세상읽기>의 매월 연재 칼럼의 필자 글(2020년 8월 7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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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전태일 50주기와 조우한 민주노총의 길
-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 사태가 가져온 새로운 일상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노동운동은 새로운 일상이 낯선 것 같다. 지난달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한 9기 지도부가 사퇴했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안’이 대의원대회에서 부결되었기 때문이다. 대의원의 3분의 2가 반대(61.4%, 805명)했다. 2년 전 사회적 대화를 공약으로 당선된 김명환 위원장은 조합원 66%의 지지를 받았었다.
노사정 합의안 부결은 민주노총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많은 숙제들을 던져준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원 포인트 사회적 대화’는 지난 4월 민주노총이 제안한 방식이다. 기존의 사회적 대화기구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이유로 별도의 논의 틀을 요구했다. 1998년과 2005년 추진된 사회적 대화의 아픈 기억에서 벗어나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차례 트라우마일까. 사회적 대화 부결과 지도부 사퇴 그리고 비상대책위 구성은 예정된 시나리오처럼 진행되고 있다.
사회적 대화 참여 반대 이유는 ‘절차’와 ‘내용’으로 모아진다. 가장 강력한 반대는 합의안의 내용 부실을 꼽고 있다. 코로나19 시기 총고용 유지와 해고금지 등의 문구가 빠져 있고, 영세 사업장 소득 보장, 고용보험, 상병수당 등이 요구안에 비해 미흡하기 때문이다. 협약안은 총 다섯 개의 장에 22개 조항과 이행점검 및 후속 논의로 구성돼 있다. 충분할 만큼 만족스럽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나마 민주노총이 개입하여 우호적인 내용으로 도출한 것도 많다. 후속 과정에서 정책을 구체화하고 집행 과정을 감독하는 것도 필요하다.
다른 한편에서는 사회적 대화 추진과정에서 현장과의 공론화 부재도 문제점으로 꼽고 있다. 지도부가 조직 내부에서 구성원들과 활발한 소통이 없었다는 것이다. 민감한 사안일수록 설득의 과정이 더 필요했었다는 이유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노사정 합의안 찬반을 묻는 공개토론회(7월21일)에 반대 측 토론자들이 아무도 참석을 하지 않은 것은 모순적인 태도다. 주위 몇몇 활동가에게 물어보니 이런 답을 한다. “그저 가슴이 답답하다. 냉정하게 돌아보고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을 먹는 수밖에는….”
일부 논자는 대부분 정부가 해야 할 일이지, 애써 민주노총이 참여해서 합의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는 의견도 제시한다. 그러나 코로나19 충격은 1998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심각하다. 국제노동기구(ILO)도 코로나19 시기 사회적 보호와 불평등 해결을 위해 사회적 대화를 강조하고 있다. 사회적 대화(social dialogue)는 국가의 정책 결정과정에 사회 주체들이 참여하는 방식 중 하나다. 노동조합이 ‘적대적 비참여’만으로는 노조 밖의 노동문제를 해결하긴 쉽지 않다.
50년 전, 전태일의 현실은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근로기준법을 지켜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는 외침은 코로나19 시기에 곳곳에서 확인된다. 하루 16시간의 작업 시간을 단축해달라는 것. 굶주림과 어려운 현실에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요구라는 것. 바로 1970년 청년 전태일이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의 한 구절이다.
100만 조합원으로 민주노총은 제1노총의 위상을 갖는다. 그만큼 사회적 책임도 크다. 올해 민주노총 출범 25년과 전태일 50주기를 맞아 민주노총은 ‘전태일 3법’을 제시했다. 5인 미만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특수고용 노동3권 보장,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다. 의미 있고 꼭 필요한 법이다.
밖에서는 민주노총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는데 정작 내부에서는 어떤 상념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과연 민주노총은 어떤 길을 갈 것인가.
[원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8070300055&code=99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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