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존엄성을 지키는 생활임금, 기업 생산성에도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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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존엄성을 지키는 생활임금, 기업 생산성에도 도움

김종진 0 4,692 2017.09.12 11:27
* 이 글은 지난 9월 5일 서울시 좋은 일자리 국제포럼에 방문한 영국생활임금재단 프로그램 매니저(애이미 흄)과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종진 연구위원의 대담으로, 한국일보(2019.9.12) 기사회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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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존엄성 지키는 생활임금, 기업 생산성에도 도움"

[대담자]
영국 생활임금재단 흄 매니저 , 김종진 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최저임금보다 높은 생활임금
이직률ㆍ직업훈련비용을 줄여
한국은 지자체가 도입 앞장
민간 참여 있어야 지속 가능


생활임금은 주거비 등을 고려해 근로자의 인간적인 삶이 가능하도록 법정 최저임금보다 높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1994년 미국 볼티모어를 시작으로 세계 각지로 확산되고 있다. 영국은 2005년 런던에서 생활임금제를 처음 도입했고, 지난해 4월 생활임금을 아예 법제화했다. 특히 2012년 런던올림픽은 ‘생활임금’ 제도를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런던시가 올림픽 시설 건설 및 후원업체에게 생활임금을 준용할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245개 지방자치단체 중 서울시를 비롯한 88곳이 생활임금제도를 시행 중이다. 서울시는 현재 시간당 8,197원인 생활임금을 2019년 1만원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서울시가 주최한 좋은 일자리 도시 국제포럼(5~6일) 참석 차 방한한 영국 비영리단체 ‘생활임금재단’의 에이미 흄 컨설팅ㆍ유통 담당 매니저와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이 5일 만나 생활임금제의 역할과 쟁점 등을 논의하는 대담을 가졌다. 대담은 김 연구위원의 질문에 흄 매니저가 답변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김종진=생활임금재단은 어떤 단체인가.

에이미 흄=2011년 출범한 생활임금재단은 영국 생활임금 운용의 핵심이다. 저임금보다 고임금이 기업과 국가에 유익함을 설파하고 18세 이상 근로자에게 생활임금을 지급하기로 약속한 기업을 ‘생활임금 지급 기업’으로 인증해 생활임금 적용을 장려한다. 나는 거기서 생활임금을 지급하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는 기업을 컨설팅하고, 특히 저임금 의존도가 높은 소매유통 기업 비즈니스 모델을 고임금 구조로 바꾸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김종진=버버리, IBM, 홈플러스 등 영국 내 3,500개에 이르는 기업이 생활임금 인증 기업이다. 자발적 참여도가 높은 배경이 궁금하다.

에이미 흄=노동자 이직률을 낮추면 기업 훈련 비용이 줄고 궁극적으로 기업에 도움이 됨을 기업 스스로 경험하고 있어서다. 특히 소매 서비스 분야에서는 노동자 만족이 더 나은 서비스 제공, 나아가 더 많은 상품 판매로 이어진다. 일례로 많은 영국 소매유통 기업 실적이 저조한 것과 달리 생활임금 인증 기업인 이케아에서는 고임금이 매출 증대와 효율적인 인적자원 관리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김종진=영국이 주요 선진국 중 처음으로 지난해 생활임금을 법제화했는데.

에이미 흄=영국 정부는 지난해 4월 25세 이상 근로자에게 법정 최저임금(21세 이상 근로자에게 적용)보다 높은 수준의 ‘국가 생활임금’ 지급을 의무화했다. 연평균 6.25%씩 인상해 2020년까지 중위 근로소득의 6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생활임금은 최저임금 인상을 견인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 영국 최저임금은 7.5파운드지만 생활임금재단이 산정한 실질 생활임금은 8.45파운드, 특히 런던의 생활임금은 9.75파운드다. 이를 연간 소득으로 환산해 보면 최저임금만으로는 런던 지역 근로자는 4,000파운드(약 596만원), 그 외 지역 근로자는 2,000파운드(약 298만원)가 부족한 셈이다.

김종진=생활임금으로 인간 존엄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보는가.

에이미 흄=정부가 제시하는 최저임금과 국가 생활임금이 목표치인 것과 달리 생활임금재단의 생활임금 산정은 영국 실질 생활수준을 반영한다. 풍족한 금액은 아니지만 빈곤선 이상의 삶은 가능한 수준이다.

김종진=영국 내 생활임금 인지도는 어느 정도인가.

에이미 흄=아직 많은 이들이 국가 생활임금과 생활임금재단의 생활임금을 구별 못한다. 그래서 재단에서는 매년 11월 정부기관과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권장하는 형태로 생활임금을 산정ㆍ발표하는 ‘생활임금주간’ 이벤트를 연다. 올해는 11월 6일에 행사가 열린다.

김종진=서울시(8,197원)를 비롯해 88개 한국 지자체(평균 7,623원)가 생활임금 제도를 시행 중이다. 런던의 경험을 토대로 당부할 것이 있다면.

에이미 흄=영국 생활임금재단은 고임금 부담 여력이 있는 기업을 우선 공략했고 이 기업들이 브랜드 인지도 제고 등 긍정적인 효과를 경험하면서 참여도가 높아졌다. 자연스럽게 정부 정책 변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은 영국과 달리 지자체가 생활임금 도입을 주도하는 것으로 안다.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성과를 내려면 반드시 민간 참여도 이끌어 내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와 지역사회, 시민사회, 노조 등 범분야적 협력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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