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의 창] 위기의 조선산업, 해법은 사회적 대화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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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의 창] 위기의 조선산업, 해법은 사회적 대화로부터

구도희 4,263 2016.06.27 12:43
 
 
- 신원철 부산대학교 사회학과 교수(wcshin@pusan.ac.kr)
 
한국 조선산업의 위기와 향후 회복 전망을 둘러싸고 여러 견해가 존재하지만, 조선산업이 고용 위기에 직면해 있음은 분명하다. 정부는 조선기업의 생산설비와 인력감축이 필요하다고 보고 채권은행을 앞세워 조선소로부터 자구안을 받아내면서 고용조정을 강제하고 있다. 심지어 선박수주에 필수적인 절차인 선수금 환급보증(RG) 발급까지 중단하면서 자구계획안의 제출을 강제해왔다. 정부와 채권은행의 압력 아래 조선소 경영진은 노동조합과 충분한 협의 없이 인력감축을 추진하여 노사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조선산업 구조조정의 필요성 및 방향에 대해 관련 당사자 사이에 견해가 엇갈리는 상황에서, 노동조합을 배제하고 인력감축 위주의 구조조정이 일방적으로 추진되면서 사회적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사내하청에게 전가되는 부당한 고용조정 비용
한국의 조선산업에는 직영 정규직(원청업체)과 사내하청 노동자 사이에 이중적이며 차별적인 고용구조가 존재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사내하청 노동자에게 고용조정의 비용이 전가될 위험성이 크며, 이는 사회적으로 공정하지 못하다. 현대, 대우, 삼성 등 조선대기업 3사의 사내하청 노동자는 9만 8,438명으로 이들이 감원의 1차적 대상이 되고 있다. 이 가운데 30%만 감원되더라도 무려 3만여 명에 육박하는 실직자가 발생하게 된다. 이들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직영 정규직처럼 희망퇴직 등을 통해서 퇴직위로금 등을 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임금, 퇴직금 등을 확보하는 것조차 위협받기도 하고, 고용보험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물량팀 소속의 사내하청 노동자 가운데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못한 노동자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만 명이 실직되는 사태를 어떻게 방지할 것인가, 감원이 불가피하다면 실직자와 그 가족의 생활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 정부와 사용자, 노동조합이 함께 해법을 찾아 나가는 것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조선대기업의 직영 정규직 또한 사내하청 노동자에 비하면 유리한 지위에 있다고는 해도, 고용조정의 경제적‧사회적 충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희망퇴직 대상자의 목표인원과 기준을 설정하고, 이에 해당하는 노동자에게 사직을 강요한다면 이는 사실상 강제사직에 해당한다. 특히, 희망퇴직 대상자의 기준을 저성과자, 직급연령초과자, 고연령자 등으로 설정할 경우 해당자에게는 ‘정리해고’와 유사한 고통 및 충격을 줄 수 있다. 
 
구조조정 제1원칙은 고용안정에서 출발해야
유럽에서는 고용조정 과정에서 관련 이해 당사자들이 함께 협의에 참여하고, 고용조정의 구체적 방안에 대해서 합의를 이끌어내는 사회적 협의를 통한 구조조정의 원칙이 확립되어 있다. 영국과 스웨덴의 조선산업이 쇠퇴할 무렵 각각 조선소를 국유화하기도 했는데, 이는 1차적으로 고용안정에 중점을 둔 선택이었다. 일본의 경우에도 1973년 오일 쇼크 이후 일본 조선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산업 수준의 노사협의기구와 정부 차원의 기구를 통한 노동조합의 참가가 이루어진 바 있다. 일본 조선산업의 경우 직영 정규직과 사내하청 노동자 간 이중적이며 차별적인 고용구조가 존재했고, 사내하청 노동자에게 고용조정의 비용이 전가되는 경향이 나타났지만, 직영 정규직을 대표하는 노동조합은 산업별 수준의 노사협의와 정부의 산업정책에 관한 협의기구에 참가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도 현재 당면한 조선산업의 구조조정과 고용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중층적인 사회적 협의기구가 필요하다. 국회 차원에서는 고용위기 하에서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한 「고용보험법」 개정,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 주요 이해당사자의 참가를 보장하기 위한 「기업구조조정 촉진법」 등의 개정을 논의하는 특별위원회의 구성이 필요하다. 정부 및 채권은행뿐만 아니라 사용자단체와 노동조합 등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는 별도의 사회적 협의기구도 필요하다. 여기서는 구조조정의 원인과 향후 경기 전망, 구조조정의 방향과 절차, 시설 및 인력감축의 필요성 여부 등에 관한 협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 조선업종 차원의 노사협의회를 통해서 조선소에 적합한 노동시간 단축 및 일자리나누기 모델, 재취업 훈련지원, 실직근로자에 대한 상담 및 생활지원 프로그램 등이 논의되어야 한다. 개별 조선소 차원에서는 원청 사용자와 정규직 노동조합, 그리고 협력업체협의회와 하청노동자 대표가 참여하는 협의기구를 통해서 세부적인 방안들을 협의해야 한다. 
즉, 정부와 채권은행 주도의 일방적 구조조정이 아니라 고용유지와 생활안정에 중점을 둔 구조조정 방안이 협의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대화가 그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이 칼럼은 6월 30일 발행되는 '노동사회' 189호(2016년 7.8월호)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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