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의 창] 중대재해처벌법의 진정한 목적을 좇기 위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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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의 창] 중대재해처벌법의 진정한 목적을 좇기 위해서는

박채은 575 09.05 09:00

[연구소의 창] 중대재해처벌법의 진정한 목적을 좇기 위해서는



작성: 박채은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중대재해에 관한 이야기가 들려오면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이 사업장에서 어떤 사고가 일어났는지, 몇 명이 재해를 입었는지,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인지 등 ‘법률적 계산’이 앞선다. 계산이 끝나고 나면 ‘도대체 왜 일하다 죽어야 하는가?’에 대한 난제(難題)를 마주한다. 하지만 난제도 곧 문제이기에 해결 방법은 있으리라는 위안을 가진다. 


현시점에서 중대재해 발생을 줄이고 방지하기 위한 해법은 중대재해처벌법을 제대로 이해하고 준수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입장의 차이는 이 법률의 존재를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시행령 개정에 관한 논의도 이 법률의 정착을 요원하게 하는 문제 중 하나이다.


제정된 지 2년이 채 안 된 법률이다. 법원의 판결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시행령 개정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준비 중인 시행령 개정과 관련하여, 현재 기재부의 월권행위가 문제 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문제의 본질은, 법률의 위임이 없는데도 시행령을 통해 중대재해처벌법 규정을 손보겠다는 발상이다. 


시행령을 개정하자는 입장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중대재해처벌법 제2조 제9호 가목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해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 하는 사람’이라는 규정 중, ‘이에 준하는 자’가 선임된 경우(CSO, 최고안전책임자) 사업대표는 법령상 의무이행 책임을 면한다는 규정을 시행령으로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 법은 처벌법이다. 따라서 그 내용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을 한계로 한다. 즉, 범죄와 형벌에 관한 것은 ‘법률’로서 정해져야 하는 것이다. ‘시행령’에 위임을 할 경우에는 ‘법률’에서 그 위임 사항을 명시해야 한다. 특히나 형사처벌 법규의 경우는 법률의 위임에 있어서 위임 사항이 엄격하게 제한된다. 이는 형사처벌 법규가 신체의 자유를 구속하고 인간의 존엄을 해할 수 있는 문제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해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 하는 사람’, 즉 ‘경영책임자 등’은 처벌의 대상으로서 범죄의 구성요건, 즉 신분에 해당한다. 따라서 구성요건은 ‘법률’로서 명확하게 규정하여만 한다. 헌법 제75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중대재해처벌법도 위임이 가능한 법률일 것이다. 


그런데 위 개정 논의의 입장과 같이 ‘경영책임자 등’의 정의 규정인 ‘이에 준하는 자’에 대하여 법률의 명시적인 위임도 없이 ‘시행령’을 통해 CSO(최고안전책임자)를 예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형사처벌 대상을 법률의 위임도 없이 ‘시행령’을 통해 해석하는 방식은 그 자체로 죄형법정주의에 대한 위반이다. 게다가 이것은 새로운 처벌대상을 만드는 것이 될 수 있기에 더욱 위험하다. 법률의 위임이 있더라도 처벌법규의 위임은 그 범위와 대상, 요건에 있어 엄격하고 다른 법률에서의 위임과 달리 그 위임 사항이 제한된다. 따라서 이런 식으로 ‘시행령’을 통해 처벌 대상의 범위를 넓히는 것은 허용되지 않을 것이다. 위헌의 소지가 충분하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이 법률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그러나 그 방향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이 법률의 취지는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여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대재해가 발생하였을 때 책임이 있는 자에게 죄를 묻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이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야 할 부분은 ‘안전보건 확보의 방법이 무엇인지’, ‘어떠한 조치를 취하여 중대재해가 일어나지 않게 할 것인지’이다. 그러나 법률 시행 이전부터 시행된 지금까지도 이 법률에 대한 관심의 초점은 ‘누가 처벌 대상이 될 것인가?’ 혹은 ‘어떻게 하면 처벌 대상의 범위에 들지 않을 수 있을까?’에 조준되어 있다. 이번 시행령 개정 논란도 결국은 경영책임자등의 범위에 빠져나가기 위한 논의의 연장선인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법률의 위임 없는 시행령 개정은, 특히나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의 해당하는 것의 범위를 확대해 시행령에 담고자 하는 것은 무리다. 기업들의 불편한 입장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법률의 흠결과 하자를 앞세운 논란의 틈에 숨어 해결되어야 할 본질적 사항을 바로 보지 않는 것은 옳지 않다. 그동안 했어야 하는 일들이었다. 안전과 보건에 대한 사항을 제대로 준수하여 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하면 된다. 지금부터라도 오롯이 문제를 살피면 된다. 그에 따른 비용을 아낄 필요가 없다. 노동자의 목숨을 지키는 것이 기업들의 명예를 지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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