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의 창] 비정상의 대표작,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박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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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의 창] 비정상의 대표작,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박용석

구도희 4,955 2014.01.20 12:05

- 박용석 공공운수연맹 공공기관사업본부장(yspark7889@kca.go.kr)

 

지난 2013년 11월 14일 기획재정부 장관은 20개 공공기관장 조찬회의를 통해 공공기관의 부채 및 방만경영의 심각성을 진단하면서 “파티는 끝났다”고 밝혔다. 공기업 부채의 심각성이 여론화되는 시기였다. 이어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11.18) 등을 거쳐 12월 11일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이 발표되었다. 부채 중점관리기관(12개) 및 방만경영 중점관리기관(20개)은 2014년 1월까지 각각 부채감축계획 및 방만경영 정상화대책을 제출(여타 공공기관 3월까지)토록 했으며, 구체적인 실행 지침까지 내려졌다.  이와 관련하여, 양 노총 소속 공공기관노조들은 정부의 정상화 대책이 공공기관 부채와 관련한 사실 왜곡 및 책임 전가로 일관하고 있다는 이유로 작년 11월부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먼저 부채 증가의 내용을 보자. 정부 발표대로 2012년 말 현재 부채 증점관리기관(12개)의 총 부채는 412조원으로 2007년 이후 226조원이 급증하였고, 전체 공공기관 부채 증가규모의 92.3%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중점 관리대책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공공기관 부채 증가는 국책 사업 위탁(공적자금 투입, 해외자원 개발, 보금자리 주택, 4대강 사업 등) 및 서민생활 안정 공공요금 규제(철도, 전기, 가스, 도로, 상수도) 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감사원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이미 밝힌 만큼, 공공기관의 방만경영으로 연결짓기는 무리이다. 오히려 공공기관의 부채 증가 책임은 MB정부의 정책 실패(4대강 사업, 해외자원 개발 등) 및 기업 편향적 요금 정책(산업용전기, 화물철도 운송료 등) 등이 직접 작용한 것으로서 이에 대한 책임 규명 및 요금정책 개선이 선행되었어야 옳았다. 그러나 정부는 부채 원인에 방만경영을 연결시키는 여론 호도와 함께 부채 해법으로 공기업의 알짜 자산 매각 및 서민 관련 공공요금 인상을 서서히 구체화하고 있다. 부채 원인 및 대책과 관련하여 ‘비정상적’ 발상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이어 공공기관 방만경영에 대해서 보자. 공공기관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방만경영의 위험성을 경계해야 하지만, 이번에 정부가 제시한 방만경영의 논거는 너무 치졸하다. 공공기관 종사자의 순직시 유가족 특별채용과 관련하여, 대표적으로 매년 수십 명이 순직하는 기관(철도공사)의 일부 유가족 채용 우대를 마치 ‘고용세습제’로 매도하는 것은 너무 악랄한 왜곡이다. 이는 우리의 일반화된 국가 보훈체계의 연장일 뿐이다. 이어 부채 공기업의 경영평가 성과급은 경영평가 제도 운영의 틀임에도 도덕적 해이의 전형 사례로 제시한다. 차라리 경영평가 성과급을 폐지하고 경영평가 제도를 전면 혁신하면 될텐데 말이다. 무엇보다, 공공기관 방만경영의 주범으로 공공기관노조를 직접 겨냥하는 후진적 발상은 이번 철도노조의 파업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났다. 이전 MB정부에서 임기 내내 ‘공공기관 선진화’ 방침을 앞세워 방만경영을 꼼꼼히 규제했던 기획재정부가 다시 방만경영을 언급하고, 불과 4, 5년 전에 전 공공기관에 두 차례 특별감사를 실시했던 감사원이 다시 지난 10년의 공공기관의 방만경영을 특별감사하는 ‘정치관료’들의 몰상식이 진정 더 큰 문제인 것이다.
  
무엇보다 공공기관 정책의 허구성은 철도공사 사례에서 극명하게 나타났다. 정부의 수서KTX 자회사 분할은 철도공사의 부채와 영업적자 문제의 해결책에서 비롯되었다. 철도공사의 부채는 고속철도 건설 부채(4.5조원), 용산사업 무산(2.4조원), 인천공항철도 인수(1.2조원) 등 철도공사 운영과 무관한 것이고, 영업 누적적자(4.6조원)가 문제가 되었다. 그런데, 2012년 철도공사 결산자료를 보면 이 영업적자는 서민생활안정과 관련된 일반․광역철도 적자(4,975억원) 및 수출대기업 특혜과 관련된 화물철도 적자(4,317억원)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애당초 철도공사의 방만경영과는 무관한 것이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정부는 철도공사의 영업적자 원인을 왜곡하면서, 그것도 흑자 부문(2012년 5,136억원)인 고속철도를 분할하면서 경영효율화 운운하는 ‘비정상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  
 
그리고 이번 정상화대책에서는 공공기관 비정상 운영의 대표적 사례인 낙하산 인사 대책과 간접고용(인천공항 등) 대책이 결여되어 있다. 정작 ‘정상화’시켜야 할 사안은 외면하고, 정부 책임과 관련된 공공기관 부채를 방만경영으로 연결시키며 ‘정상화’를 외치는 꼼수를 드러내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박근혜 정부의 공공기관 정책은 공공기관을 마치 ‘사유물’인양 권력의 입맛대로 활용하려는 후진적 발상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것으로서, 사회 곳곳에서 드러나는 이 정권의 한계와도 직결되어 있다. 
 
결론적으로 실질적인 공공기관 정상화 방안은 공공기관이 국민의 삶을 안정시키고 국가의 미래 자산으로 올바로 작동하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 공공기관의 인사 및 기관운영을 국민 참여로 전환하는 지배구조 민주화, 국가의 SOC 투자 및 공공서비스 지원체계와 관련한 국가재정의 발상 전환(증세를 통한 재정 확장)이야말로 공공기관을 정상화시킴과 동시에 박근혜 정부가 표방하는 국민행복 또는 창조경제의 지름길인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이번 기회에 공공기관에 만연한 방만경영과 비정상의 뿌리를 뽑겠다면, 마찬가지로 공공기관노조들 역시 이번 기회에 정부의 방만함과 비정상의 본질을 분명하게 밝혀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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