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의 창] 윤석열 정부 노동정책 전망과 대응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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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의 창] 윤석열 정부 노동정책 전망과 대응 과제

김종진 2,685 2022.06.13 09:00

[연구소의 창] 윤석열 정부 노동정책 전망과 대응 과제


작성: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2022년 제20대 대통령 선거는 한국 사회의 정치사회는 물론 시민사회 전반에 다양한 과제와 시사점을 준 결과로 볼 수 있다. 특히 보수정부 집권 이후 향후 5년 동안 추진될 국정과제 각 영역별 위험성도 적지 않다. 윤석열 정부 출범은 향후 5년이 아닌, 그 이상의 ‘정책의 퇴행기’로 볼 수 있다. 국정과제만이 아니라 선거기간 제기된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나 52시간제 개정 논의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5월 3일 윤석열 정부의 밑그림을 가늠할 국정과제(6대 목표, 110과제, 520개 실천과제)가 발표되었고, 국정과제 목표(6개)에서는 20개 핵심과제가 약속으로 제시되어 있다. 국정과제 목표3 ‘따듯한 동행 모두가 행복한 나라’에서 노동정책은 “⑩노동의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겠습니다.”이며, 단위 과제는 7개 영역(과제 49∼56)의 30개 세부 과제로 제시되어 있다. 앞으로 지켜봐야겠지만 노동개혁을 모토로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이 추진될 것 같다. 지난 10년 전 보수정부 시기(이명박, 박근혜)의 ‘노동정책 암흑기’가 연상된다. 


문재인 정부와 비교했을 때 윤석열 정부 노동정책의 차이점은 △노동기본권(임금 체불, 부당해고 포함), △비정규직 문제(외주화 포함), △사회적 대화, △정신건강(괴롭힘, 감정노동 등) 등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여성가족부와 고용노동부 연동과제인 △성평등, △사회적 차별, △일과 삶의 균형 과제 등은 ‘누구나 소외되지 않는’ 형태(과제 48)로 추상화되었거나 사라졌다. 그렇다면 앞으로 윤석열 정부 시기 노동자들의 삶에는 어떤 영향과 변화들이 초래될지 가늠하기 위해 노동정책과 보건복지 정책 등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윤석열 정부 시기 노동자의 삶을 파괴하는 파편적 노동시간 정책이다. 건강과 과로사 문제로 1주일 연장근무 한도 규정의 조정과 폐지가 국정과제에 제시되었다. 선택적 근로시간제 기간 확대나 52시간 장시간의 특례 업종 확대가 대표적이다. 문제는 특정 대상의 근로시간 규제 적용 제외 즉, 화이트칼라 이그젬션(White-Collar Exemption) 도입 여부다. 이는 고액(?) 연봉의 사무관리·전문직을 대상으로 한 연장근무 수당 미지급 정책이다. 2008년 6월 13일 고용노동부 「근로기준 정책 브리프」에도 소개된 바 있고, 보수정부 시기마다 경영단체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한 바 있다.


둘째, 일터의 공동체와 존엄성이 상실된 임금 정책 추진을 밝히고 있다. 당선자의 발언 속에는 최저임금제 개편이 녹아 있는데, 아마도 산입 범위 확대나 지역별·업종별 차등 적용이 예견된다. 이들 모두 2015년 10월 21일 최저임금제도개선위원회에서 경영계가 제시한 것이다. 당시 3년마다 최저임금 결정 방안도 제시된 바 있다. 또한 ‘호봉제’로 지칭되는 연공급 임금체계 개편은 과거 임금피크제처럼 공공기관부터 거침없이 진행될 개연성이 높다. 이는 ‘세대상생형’ 공정 임금을 명분으로 하나, 경쟁 기반의 성과 중심과 하향 평준화가 목적이라고 볼 수 있다. 


셋째, 뿌리깊은 자본 중심의 부끄러운 노사관계 정책을 표방하고 있다. 국정과제는 상생과 노사자율의 갈등 예방 그리고 법과 원칙을 지키는 공정한 노사관계 정책 추진을 표방한다. 그러나 ‘불법행위 법의 엄정 적용’과 같은 표현도 엿보인다. 과거 「공공기관 노사관계 선진화 우수사례」로 소개된 기획재정부의 발표자료(2010.3.9.)를 통해 향후 어떻게 추진될지가 짐작된다. 당시 자료에서는 호봉테이블 폐지, 성과연봉 차등 확대, 성과부진자 퇴출제, 조합원 의사에 따른 노조 탈퇴 조항 신설, 불법파업 무관용 원칙 등이 제시되었다.


넷째, 공공부문과 금융시장의 규제 혁신과 효율성은 노동의 유연화와 맥을 같이하는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것은 지난 IMF 구제금융 시기와 2008년 금융위기 그리고 보수정부(이명박, 박근혜) 시기마다 국정철학과 과제에 담겨 노동자들의 해고나 비정규직 고용을 양산한 문제로 드러난 경험이 있다. 국정과제 15번(기획재정부) ‘공공기관 혁신 통해 질 높은 대국민 서비스’나 34번(금융위원회) ‘미래 금융을 위한 디지털 금융혁신’이 대표적이다.


다섯째, 보건복지와 공공의료 정책이 빈약하며, 그 와중 격차 해소 역시 찾아보기 어렵다. 전통적 복지정책의 핵심인 취약층의 장애인 지원 강화나 사각지대 해소 정책도 부재하고, 고령화 시대 노후 소득 보장성 강화도 상생 연금개혁 내용에 통합된 것 같다. 게다가 공공의료 부문에서 보장성이나 공공성 및 의료 격차는 국정과제에서 찾아 볼 수 없다. 오히려 예방적 관리 차원의 비대면 의료 강화가 이전과 다른 특징적 과제 수준이다.


이미 대통령 취임식 이후 갑자기 ‘자유시장경제’가 정치의 본질처럼 논의되고 있다. 취임식에서는 ‘자유’를 35회, 국회 연설에서는 ‘경제’를 10회 언급했지만 불평등이나 차별 혹은 격차는 단 한 차례도 언급되지 않았다. 대통령은 나라 안팎의 위기와 도전을 극복하기 위한 주요 과제로 노동개혁을 외쳤을 뿐이다. 아마도 기업과 조직의 구조조정이나 인력 감축이 핵심일 것이다. 오로지 비용편익의 관점뿐이다. 반면에 시장경제의 주체인 자본과 기업의 개혁은 언급도 되지 않았다.


또한, 언론을 통해 경제와 기업 활성화를 위한 고용과 임금 그리고 노동시간의 유연성이 강조되고 있다. 그런데 사실 유연화는 기업에 해고 규제 완화, 계약직 및 파견직 범위 확대, 성과중심의 연봉제 도입을 의미한다. 더불어 주 52시간 초과근무 규제완화나 최저임금의 지역과 업종별 차등 적용은 일하는 사람들의 허리를 죄는 정책들이다.


앞으로 윤석열 정부 시기 주요 노동의제(중대재해, 노동시간 단축)나 사업장(5인 미만) 및 고용형태(비정규직) 그리고 부문 대상(여성, 청년, 고령 등)의 정책 퇴보가 예견된다.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이후 해결되지 못한 중대재해,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시간 단축 정책의 퇴보는 자명하다. 5년이 아닌 10년이 될지도 모른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 불안감도 든다. 바로 그렇기에 노동과 시민사회, 학계가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대안을 찾는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 6월 1일 지방선거 결과가 좋은 것만은 아니지만, 그래도 민주진보 정당에서 집권한 광역(경기, 제주 등)과 기초(울산 동구, 서울 성동, 경기 수원, 광주 광산 등)에서 다양한 정책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면 좋겠다. 과거 보수정부 시기 지방정부의 실험적 정책을 떠올려 보면 된다. 노동이사, 생활임금, 감정노동, 유급병가, 성평등임금공시, 청년수당과 월세 지원 등 혁신적 모델은 그렇게 만들어졌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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