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의 창] 민주노총 총파업에 바란다/박석운

연구소의창

[연구소의 창] 민주노총 총파업에 바란다/박석운

구도희 6,092 2013.12.27 01:37
 
 - 박석운 KTX민영화저지 범대위 상임대표·세상을 바꾸는민중의힘 상임공동대표·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 (aabb0011@hanmail.net)
 
"까꿍!", "지금 여기서 회의하고 있으니, 업무방해 하지 말고 당장 이 방에서 나가 주세요"
지난 12월22일 민주노총 위원장실에서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 정의당 박원석 국회의원과 함께 경찰들이 위원장실로 난입해 올 때 그렇게 말하면 재미있겠다고 우스개 소리했던 내용이다. 철도노조 위원장은 새벽에 이미 빠져나간 뒤였기 때문이다. 경찰은 5,500명을 투입해서 그 난리를 치고도 수배자를 아무도 체포하지 못하는 허망한 결과로 세인의 조소를 아낌없이 받았는데, 경찰청장은 "성공한 작전이었다"고 강변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후보 시절의 노동정책 공약은 '깜놀'이라고 불러도 손색없는 상당한 수준이었다. 복지공약과 함께 맞춰보면, 어쩌면 '합리적 보수' 정권이 등장할지 모른다는 착시현상조차 있었다. 그러나 당선 이후 '혹시나'는 '역시나'가 되었다. '쌍용차 국정조사 실시' 공약은 1년이 넘도록 이행되지 않고 있으며, '공공부문 비정규직 2015년까지 정규직화', '2020년까지 연평균근로시간 OECD 평균으로 단축' 등도 공(空)수표화 되고 있다. 후보시절 그는 수서발 KTX를 민영화 하지 않겠다고 공약했지만 집권 후에는 '우회민영화', '꼼수민영화' 방식으로 추진하다가 철도노조의 총파업을 초래했고, 급기야는 민주노총의 총파업까지 불러오고 있다. 
 
오는 12월28일은 토요일이고 근무도 안하는 날인데 무슨 총파업을 벌이는지,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예년과 같이 "혹시 뻥카 총파업 아니냐"고 비판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그 이유는 바로 '국민과 함께 하는 총파업' 방식으로 추진되기 때문이다. 철도노조 파업 자체가 엄청난 국민적 지지 속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종전의 파업과 너무 다르다. '국민철도, 공공철도'를 지키기 위해 헌신하는 투쟁이기에 철도파업에 대한 대중적 지지가 높은 것이다.
또한 견결한 조직력에 바탕한 질서정연한 파업이라는 점도 국민적 지지를 받게 하는 좋은 조건이 되고 있다. 8,000여명에 달하는 필수공익근무자들이 근무를 마치고 난 뒤 비번일에 파업대오에 참여하고 홍보·선전활동에 적극 나서는 등 전 조합원이 혼연일체가 되어 '준법 총파업'을 수행하고 있는 점도 새로운 실천 양상이라고 본다. 사실 필수공익근무자들은 근무하고 나머지 사람들만 파업하는 방식의 총파업은 성공하기 어려운 파업전술이다. 노조의 단결력에 균열이 생기고, 파업대오가 깨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철도파업 돌입시기에 노조 내외부에서 전면파업해야 한다는 강력한 요구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철도노조 지도부는 주객관적 조건을 종합하여 강력한 파업투쟁 전술이지만, 그 실행방식으로는 '단계적 파업', '준법파업' 전술을 채택하였다. 견결한 조직력이 있고 또 지도부와 조합원 간에 전폭적 신뢰가 있을 때 가능한 전술을 채택한 것이다. 고심 끝에 채택한 전술이었고 파업대오로서는 실로 엄청난 인내심이 요구되는 전술이었지만, 현재 보기 좋게 성공하고 있다. 차후 노동투쟁에 있어서 도식적인 투쟁전술 채택을 극복하는 새로운 계기가 되면 좋겠다. 
 
현재 민주노총의 총파업도 국민적 지지 속에 추진되는 새로운 투쟁이 되고 있다. 6개월 전부터 광장을 지켜온 촛불시민들의 전폭적 지지가 있고, 최근 요원(燎原)의 불길처럼 번져 나가고 있는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열풍까지 가세하고 있다. 
이번 민주노총 총파업은 종전 방식으로 해마다 큰 사건 있을 때마다 때리는, 소위 의무방어전 수준의 의례적 총파업으로 접근해서는 희망이 없다. '그 시작은 창대하였으나 결말은 별 볼일 없는' 총파업 투쟁이 되기 십상이다. 이번에 국민적 지지 속에 추진되는 민주노총 총파업은 사회공익 즉, 노동권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총파업이 되어야 한다. 조직 노동자만이 아니라 미조직 비정규 노동자, 또 잠재적 노동자들 즉 우리 사회의 시민들이 함께 소통하고 참여하는 총파업이 되어야 한다. 
당연히 그 첫 조건은 조직 노동자가, 대오의 기초가 되어 헌신해야 함은 물론이다. 민주노총 총파업의 출발점은 전 조합원의 '마음이 함께 움직이는 총파업'이 되어야 한다. 지금 바로 마음을 함께 움직여 당장 파업 참여가 가능한 대오는 지금 참여하고, 10일 뒤에 참여 가능한 대오는 10일 뒤 총파업에 동참하고, 20일 뒤에 참여가능한 대오는 20일 뒤 동참하는 총파업 방식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매우 유연하지만 그 의지는 엄청 강고한 총파업 투쟁 정신이야말로 광야를 불태우고, 이 엄청난 난국을 돌파하는 한 점 불씨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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