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의 창]노동조합의 새로운 역할로서 기업감시/김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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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의 창]노동조합의 새로운 역할로서 기업감시/김주일

구도희 6,331 2015.06.08 04:49
 
-김주일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산업경영학부 및 HRD 대학원 교수(jikimi@koreatech.ac.kr)
 
 
노동조합의 역할은 누구나 알고 있듯이 노동자의 임금 및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역할이다. 그 외에도 노동자 계급의 권익신장 등 정치적 역할, 노동자의 대중성 확보 등 다양한 역할 등이 있다. 이를 우리는 흔히 노동자를 대변하는 보이스(Voice) 역할이라 한다. 그렇지만 필자는 작금의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노조의 역할을 보이스 역할을 넘어서서 기업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부터 왜 노조가 기업을 감시해야 하는지 세 가지 이유를 제시해 보고자 한다. 기업감시를 통해 노동운동의 위상과 역할을 강화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첫째, 노조의 기업감시 역할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대기업의 자정능력 부족과 과도한 파워 집중 때문이다. 새삼 말할 필요도 없이 우리나라에서 양극화의 주요 원인은 기업으로 부가 과도하게 집중되고, 또 공정하게 분배되지 않은 것이다. 낙수효과는 이제 없다고 말해도 무방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하였고, 이제 당사자 중 하나인 노조가 양극화 해소의 역할을 담당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노조의 양극화 해소 역할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분배에서의 집단 이기주의이다. 이기주의적 관점을 넘어서서 노동빈곤 대중의 관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업감시의 관점을 제대로 견지하고 실제로 수행해야 한다. 기업감시는 노동에 대한 감시만이 아닌 협력회사 등 공정거래, 안전 등 환경문제까지 다양하기 때문이다. 양극화 해소의 관점은 노동자를 포함하여 양극화의 희생자 모두를 포괄한다. 임금 노동자 여부를 넘어서서 자영업자, 정규직 여부를 넘어서서 도급 및 하청 노동자, 청년 알바 만이 아닌 고령층을 비롯한 빈곤층 전체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또한 임금 및 근로조건 만이 아닌 복지, 세제, 주택 등 여러 문제를 포괄하여 대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노동 및 일자리와 복지 및 생활의 연계가 필요한 지점이다.
 
둘째, 노조의 기업감시 역할이 필요한 이유는 이제 기업을 둘러싼 주요 이해관계자가 노동자 만이 아닌 다양한 이해관계자로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기업을 둘러싼 여러 이해관계자 증 가장 파워가 강하고 제어할 대상이 없어지는 이해관계자는 대주주 등 재벌이다. 기업은 주주, 노동자, 협력회사, 고객 등의 이해관계자가 균형을 맞추어가는 생물체라고 볼 수 있다. 우리 기업은 주주의 힘이 비대해진 기형적 생물체이다. 따라서 정상적인 기업이라면 노동자를 비롯하여 고객, 하도급 등 협력회사, 정부 등에 대하여 응당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해야 하는 책무가 있다. 그러나 작금의 현실은 사실상 고객에 대해서는 독점에 의한 불이익, 노동자에 대해서는 비정규직이나 사내하도급으로 인한 고용불안과 저임금, 협력회사에 대해서는 불공정거래로 인한 저단가 납품과 기술탈취 등 횡포, 정부에 대해서는 정경유착으로 인한 적은 세금 등이 만연해 있다고 생각한다. 노동자 및 노동조합도 기업의 입장에서는 하나의 이해관계자이다. 과거 만드는 제품은 무조건 다 팔리고, 물량공세로 협력회사가 꼼짝없이 말 잘 듣던 시절에는 노동자 및 노동조합이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이고 또 목소리도 높일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노동조합이 주도가 되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담아내어야 한다. 이러한 활동 자체가 바로 기업감시이다. 이를 통해 기업의 상황을 파악하고 노동자에게 돌아올 부분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노동자 이해관계와 하도급 노동자, 고객, 외국인 노동자 및 해외 투자지역 노동자 등과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부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노조가 중심이 되어 여러 이해관계 집단이나 단체 등과 연대할 필요성이 있는 지점이다.        
 
셋째, 기업감시를 통하여 얻을 수 있는 가시적인 성과는 위에서 언급한 부분 이외에 일자리의 양부터 질까지 다양하게 있다. 예컨대 노동조합이 기업의 산업안전이나 환경문제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감시한다고 치자. 환경문제는 대부분의 기업이 취약한 영역이다. 기업의 오폐수 등에 대한 감시와 문제제기는 환경관련 일자리를 새로이 만들어 낼 수 있다. 안전문제도 산업안전 담당자를 비롯한 안전시설 설비 관리 및 점검에 필요한 인력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고충처리 및 상담, 심리치유에 대한 문제제기는 담당자의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나아가 납품되는 제품이 환경문제나 불법노동관행 등이 있었는지를 체크해보는 일은 노조도 참여할 수 있는 일자리이기도 하다. 이처럼 노동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에 대하여 기업이 책무를 다하고 있는지 체크해 보면서 일자리도 만들고 고령층 등 현직 노동자의 일자리 질도 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는 이상적이고 상상 속의 일만은 아니다. 이미 영국 노동조합은 환경친화적 일터 만들기 운동을 통하여 많은 일자리를 창출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이 기업의 책무를 제대로 감시함으로써 일자리의 양과 질을 제고하는 성과를 제고할 수 있는 지점이다.
필자는 노동조합이 양극화의 심화시대를 맞이해 사회 빈곤층을 대변하여 노동과 생활, 일자리와 복지의 연계가 되도록 하는 역할을 하여야 하며, 구체적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연대하여 주도적으로 기업의 책무를 감시하여야 하고, 이를 통하여 일자리의 양과 질이 제고되며 궁극적으로 양극화 해소에 기여할 수 있음을 제시해보고자 하였다. 이러한 합리적인 이유보다도 더 중요한 문제는 대기업 등 재벌의 견제세력 및 제어장치가 없다는 것이 한국 사회의 큰 문제이다. 우리나라 노동운동은 많이 약화되었다고는 하지만 그간의 역사와 대중성을 통하여 무시할 수 없는 사회 주체가 되어 있다고 본다, 이제 그 파워를 우리 사회 양극화를 위하여 또 빈부의 극복을 위하여 써야 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그 중요한 시작은 바로 기업감시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기업감시를 할까? 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그 방법은 너무도 많다. 예컨대 감시기준을 어떻게 할까에 대해서는 수많은 국제적 기업감시 기준들이 있다. 어떤 지표를 선택할까의 문제이다. 또는 당장 어떻게 시행할지, 무엇부터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조합원 이외의 이해관계자를 직접 만나는 일부터 시작하면 된다. 먼저 만나서 대화하고 더불어서 무엇을 감시할지에 대해 논의하다 보면 저절로 길이 보인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안되면 전문가 집단에게 물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먼저 길을 찾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해당 기업에서, 해당 산업에서 제대로 된 기업감시 및 모니터링은 기업에게도 지속가능한 성장의 기회를, 노동자 및 빈곤대중에게는 일자리와 복지를, 국민들에게는 바람직한 노동운동의 미래상을 제시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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