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지구화'와 ILO 세계위원회의 보고서

노동사회

'공정한 지구화'와 ILO 세계위원회의 보고서

admin 0 3,585 2013.05.12 07:09

국제노동기구(ILO)가 주도해서 발족한 '지구화의 사회적 차원에 관한 세계위원회(World Commission on the Social Dimension of Globalization, 이하 세계위원회)'는 2년의 작업 끝에 지난 2월24일 『공정한 지구화 : 모두를 위한 기회의 창출(A fair globalization: Creating opportunities for all)』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세계위원회는 한국 정부, 양대노총, 그리고 사용자 단체 대표들이 참석하는 국제기구가 발족한 것이고, 세계위원회가 작성한 보고서는 올해 6월 한국의 노사정 대표가 모두 참석한 총회에 제출되어 추인되었다. 즉, 앞서 이야기한 세계위원회의 보고서는 '우리'가 직접 발주에 참여해서 그 결과물을 보고 받은 것이다.

보고서가 만들어진 뒤 이를 토대로 후속 작업이 능동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보고서가 문제삼는 사안이 형성된 과정, 그리고 보고서 작성을 위촉하게 되는 과정에 관여했던 사람들이 끊임없이 요구를 할 때만 가능하다. 그렇지 않다면 아무리 훌륭한 보고서라도 그냥 책꽂이에 꽂혀서 잊혀지게 될 것이다. 세계위원회의 보고서도 마찬가지다. '지구화의 사회적 차원'에 관련된 이 보고서가 제시하는 분석과 권고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는 전적으로 그 보고서를 갖고 뛰는 사람들에게 달렸다.

'공정한 지구화'는 가능한가

beard_01_1.jpg그리고 세계위원회 발족에 참여한 한국의 노사정 대표들은 이 보고서에 대해 응답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이 보고서가 제시하는 지구화에 대한 분석이 타당하다고 인정할 것인가? 세계위원회의 권고를 적실하다고 인정하여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인가, 아니면 제쳐놓을 것인가? 한국 정부와 노동자 단체 그리고 사용자 단체가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지를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입장을 전제로 하면서 세계위원회의 보고서가 제시하는 주요 권고 내용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대응에 대해서 검토해보고자 한다.

칠레 출신인 환 소마비아 국제노동기구 사무총장은 177개 회원국 3,000여명의 정부, 사용자, 노동자 대표들이 모인 92차 세계노동총회에 세계위원회의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세계는 '공정한 지구화'를 이룰 수 있느냐 없느냐의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고 선언하였다. 그는 세계위원회의 산파 역할을 했으며, 세계사회정상회담 등 지난 몇 년 동안 이뤄진 굵직한 세계적인 현안에 관한 유엔 특별 총회의 중심 인물로 알려져 있다.

소마비아 사무총장은 "모든 사람이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창출하는 공정한 지구화를 향한 노력이 향후 10여년 동안 국제적 논의를 지배하게 될 것이다"고 지적하며, "사회·정치적 안정의 관점에서든, 지구화의 혜택을 신기루로만 여기는 사람들의 시각에서든, 세계가 '공정성과 기회'를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음은 명확한 것이다"고 경고하였다. 그리고 "모든 이해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면서 이 과제를 합리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정부, 기업, 노동조합, 시민사회, 의회, 정당, 지자체, 국제기구들, 종교,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새로운 시민단체 등 주요 행위자들의 지도력을 시험하는 핵심 잣대가 될 것이다"며 이들의 행동을 촉구하였다.

지구화의 위기와 기회

세계위원회는 지구화가 인민, 사회, 국가에 약속하는 '혜택'의 잠재성이 막대하다고 평가한다. 그러면서 세계위원회의 보고서는 "지구화는 보편적으로 공유하는 가치들과 인권을 존중하며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지구화는 시장의 성공과 실패가 모든 행위의 궁극적 기준이 되고, 공동체와 사회의 기본 구성을 약화시키는 '승자 독식'의 태도가 만연한 윤리적 진공 상태에서 진행되었다"고 평가하고 지구화의 위기를 비판한다.

그리고 지구화의 진전으로 야기되는 "심각한 빈곤과 불평등, 성차별, 아동노동 증가, 환경파괴 등 뿌리깊은 고질적 불균형은 도덕적으로 수용할 수 없으며 정치적으로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기본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또 이러한 지구화의 '혜택'이 보편적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지구화를 관리 총괄하는 국가적, 그리고 지구적 차원에서 총괄운영체제(governance)가 책임과 참여의 원칙과 실천을 제도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무역, 투자, 금융 등 지구화를 추동하고 있는 경제 활동을 관리하는 국제적인 규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규칙을 관장하는 제도들은 이해당사자들 참여를 보장하는 것을 통해, 인권, 핵심노동권, 사회복지 등 보편적 가치를 토대로 가동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류공동체는 지난 10여년 동안 세계가 당면하고 있는 제반 문제에 대해 많은 논의를 해왔다. 1995년 코펜하겐 세계사회정상회담, 1995년 베이징 세계여성대회, 신세기 발전목표(Millenium Development Goal)라는 총괄적인 발전 과제를 도출한 2000년 새천년정상회담, 2002년 발전재정확보를위한국제회의, 2002년 지속가능한발전세계정상회담 등은 모두 '지구화'라는 이름으로 지칭되는 현상의 다양한 측면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을 모색하고자 하는 시도였다.

그런데, 세계위원회의 보고서는 이러한 시도들이 효과적이고 응집력 있는 노력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세계화위원회는 세계무역기구(WTO),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그리고 유엔과 그 산하의 각종 전문 영역의 국제기구들이 보편적인 기본 원칙과 가치를 공동으로 실현하기 위해 협력하지 못했다고 비판한다. 이러한 인식을 토대로 '공정한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는 지구화'를 실현하기 위해, 연관 국제기구들이 경제, 사회, 환경 등을 균형적으로 고려하는 정책을 개발하기 위하여 '정책일관성 노력(Policy Coherence Initiative)'을 실시할 것을 권고한다. 그리고 그 첫 과제로 지구적 성장, 투자 및 고용 창출 등을 다룰 것을 제안한다.

국가 역할의 중요성

지구화로 인해 국가 차원의 노력이 쓸모 없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이 제기되고 있지만, 세계위원회는 국가의 역할의 중요성을 재확인한다. 각 국가 단위에서 민주주의, 사회적 공평성, 인권, 법치 등 기본 원칙이 존중되고 이를 바탕으로 능력 있는 국가의 통합적인 접근과 노동자, 사용자, 시민사회의 참여가 이루어질 때 지구화의 혜택을 광범위하게 공유할 수 있고, 부정적인 효과들은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국가 차원의 노력이 진행될 때 비로소 국제적인 차원에서도 진지한 노력들이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세계위원회는 무역과 금융 등에서 기존의 세계경제 관행이 개도국의 정책 선택 여지를 제약한다는 문제 제기에 동의한다. 그리고 그러한 세계경제 관련 규칙들이 준수해야 하는 핵심 원칙으로서 '정책 자율성을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개도국의 발전을 지원하기 위한 '특별 대우' 보장, 해외직접투자의 '발전친화성' 확립, 핵심 노동기준의 전 지구적 존중 등을 공정한 규칙과 공평한 정책의 핵심 가치로 삼을 것을 권고하는 것이다. 특히 농업, 산업화, 금융·재정 및 경제 안정 등과 관련되어서 개도국의 정책 선택을 지나치게 제약하는 기존 규칙들을 재검토할 것을 촉구한다.

지구화 총괄운영 체제의 민주화

세계위원회는 지구화의 총괄운영 체제(governance)의 개혁 필요성을 강력하게 제기한다. 우선 유엔과 그 산하의 각종 다자적 기구들을 지구적 거버넌스의 핵심으로 주목하면서 지구화가 제기하는 위기와 도전에 응전하기 위해서 이들의 총체적 능력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서는 민주적 대표성,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 세계 인민에 대한 책무성, 그리고 정책 일관성의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IMF와 세계은행 그리고 WTO 등의 다자적 경제기구들에 대해서 독립적인 평가 장치를 갖추고, 이들을 통해 추진되는 국제 정책에 대한 '의회 감시 장치'를 확립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또, 이러한 국제기구 차원에서 정책적 일관성을 실현할 책임은 이들 국제기구를 구성하고 있는 국가들에게 있다고 지적한다. 각국 정부가 국제기구들에서 자국 대표들이 사안에 대해 통합적으로 접근하도록 규율할 책임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세계위원회는 이해당사자들의 참여를 핵심 원칙으로 제시한다. 아직 지구적 차원에서 규칙이 만들어지거나 동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사안에 대해서는 다수의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는 '정책개발대화(Policy Development Dialogue)'를 진행하여 다양한 이해당사자들 간의 공통의 인식을 이루어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그리고 이러한 지구적 차원의 '사회적 대화'의 주제로 '국제이주에 관한 총괄적인 노력을 위한 다자틀 확립 모색', '투자자, 유치국, 송출국의 권리와 책임이 균형을 이루는 발전친화적 해외직접투자의 총괄 규칙 모색', '공평한 지구화를 위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지구화와 사회 보호', '보다 보편적인 지구화의 혜택을 실현하는 방안으로서 양성 평등의 실현' 등을 제시하고 있다.

또 세계위원회의 보고서는 국제기구들과 각종 사안에 대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다수의 주요 행위자들 간 토론이 상설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권고하면서 이를 위해 '지구화정책포럼(Globalisation Policy Forum)'의 발족을 제안한다. 유엔 기구들, IMF, 세계은행, WTO, 그리고 ILO 등 정책일관성을 요구받고 있는 국제기구들, 그리고 점차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지구적 시민사회 사이 사회적 대화에 착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세계위원회는 지구화정책포럼이 공평한 지구화를 위한 정책 개발을 수행하면서 『지구화의 상태 보고서』를 정기적으로 발간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기로에 선 국제노동기구의 대응

소마비아 사무총장은 세계위원회의 보고서를 올해 6월 개최된 총회에 제출하면서, "ILO라는 국제기구에게 지도력에 관한 도전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이 보고서에 대한 ILO의 응답을 요약하였다. 그는 이번 보고서에 대한 ILO의 대응은 "세계가 왜 ILO라는 기구를 창설했는지, 그리고 그 정신이 아직도 유효한 것인지를 확인하는 성찰로, 그리고 그 정신을 오늘날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모색으로 시작해야 한다"며 총회에 참석한 모든 회원국 대표들에게 85년 전 ILO를 창설하면서 창립 회원국들이 채택한 헌장의 전문을 함께 되새겨 볼 것을 권하였다.

"세계의 항구적 평화는 사회정의를 기초로 함으로써만 확립될 수 있다." 그리고, "세계의 평화와 화합이 위협받을 만큼 수많은 사람들에게 중대한 사회불안을 야기하는 불의, 고난 및 궁핍을 가져다주는 근로조건이 존재하며, 이러한 근로조건은, 예컨대 1일 및 1주의 최장근로시간의 설정을 포함한 근로시간의 규제, 노동력 공급의 조절, 실업의 방지, 적정한 생활급의 지급, 직업상 발생하는 질병·질환·상해로부터의 근로자 보호, 아동·청소년 및 여성의 보호, 노령 및 상해에 대한 급부, 자국 이외의 다른 나라에서 고용된 근로자의 권익 보호, 동등가치의 근로에 대한 동일보수원칙의 인정, 결사의 자유 원칙의 인정, 직업교육 및 기술교육의 실시와 다른 조치를 통하여, 시급하게 개선되어야 한다."

또한 소마비아 사무총장은 ILO의 설립을 추동했던, "어떤 국가가 인도적인 근로조건을 채택하지 아니하는 것은 다른 나라들이 근로조건을 개선하려는데 장애가 된다"는 문제 의식이 오늘날 나타나고 있는 지구화의 상호의존성에 대해서도 유효함을 지적했다. 그리고, 이러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ILO 회원국들이 60년 전에 채택한 필라델피아 선언을 통해 천명한 아래와 같은 원칙들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재확인할 것을 요청하였다.

-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
- 표현 및 결사의 자유는 부단한 진보에 필수적이다
- 일부의 빈곤은 전체의 번영을 위험하게 한다
- 결핍과의 전쟁은 각국 안에서는 불굴의 의지로 진행할 것이며, 또한 근로자 및 사용자 대표가 정부 대표와 동등한 지위에서 일반 복지의 증진을 위한 자유로운 토의와 민주적인 결정에 함께 참여하여 지속적이고도 협조적인 국제적 노력을 쏟아 부을 것을 요한다


소마비아 사무총장은 ILO의 창립 회원국가들이 천명했던, 그리고 현 회원국들이 공유하고 있는 이러한 원칙과 가치들이 세계위원회가 "윤리의 진공 상태"로 규정하고 있는 지구화에 대응하는데 중요한 기반이 된다고 지적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원칙과 가치들이 ILO 창립 당시의 정치·사회 '위기'에 대한 성찰과 대응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확립되었음을 되짚었다. 오늘날의 세계, 즉 모든 국가와 사회들 그리고 국제기구들이 ILO 창립 당시와 같은 '위기'에 당면해 있다고 규정하면서 세계 모든 구성원들에게 ILO 창립 당시와 같은 각성을 촉구하는 것이다.

후속 작업: 국제기구, 국가, 시민사회

소마비아 사무총장은 ILO는 이사회 차원에서 세계위원회의 보고서의 내용과 권고 그리고 이에 따른 후속 작업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그리고 앞서 요약한 사무총장의 총회보고도 이사회의 논의를 바탕으로 작성된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ILO는 이사회의 결의에 따라 세계위원회의 보고서에 대한 유엔, WTO, IMF, 세계은행, OECD 등 다른 국제기구들과 그 밖의 다른 주요 행위 주체들의 반응을 점검하고 후속 작업 계획을 세운다. 이 과정에서 영향력이 큰 주요 국가들과 지구적 현안에 대한 논의를 추동하고 시민사회 세력들의 반응과 후속 작업 계획도 점검될 것이다.

그러나 일관성 있는 지구적 차원의 총괄운영 체제 형성작업은 하나의 국제기구가 다른 국제기구에 강요해서는 실현되기 힘들다. 결정적인 것은 국제기구들의 임무를 규정하는 구성 회원 '국가들'의 발의와 노력이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세계위원회는 각 국가의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국제기구 차원에서 의제의 수평적 소통과 상호 침투가 일정하게 이루어지는 것을 감안할 때, 국제기구 간의 논의가 역으로 각 회원국의 입장과 행동을 요구하는 데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역사적 보고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ILO는 세계위원회의 보고서를 통해 지구화에 대한 총체적인 분석과 대안을 제시한 최초의 국제기구가 되었다. 이처럼 국제기구가 직접 공식적으로 강력하게, 국제기구들 간 정책 일관성과 윤리적 원칙의 공통성 부재를 비판하고 '정책일관성 노력', '정책개발 대화', '지구화정책 포럼' 등을 권고하며, 국제기구의 민주성·책무성·의회를 통한 감시 등과 관련하여 문제를 제기한 것은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세계위원회의 보고서가 지구화를 새롭게, 즉 '모두를 위한 지구화'로 만들어 내는데 어떤 역할 수 있을 할 것인지는 결국 이 보고서의 내용에 얼마나 많은 실천적인 힘이 실려지는가에 달려있다. 각각의 행위 주체들이 후속 행동을 통해서 보고서가 작성되게 된 과정과 배경, 그리고 문제의식을 얼마나 많이 공유하는가, 보고서를 어떻게 정당화하고 공론장에서 보고서에 담긴 주장을 얼마나 언급하는가 하는 정도에 따라 보고서에서 제시하고 있는 권고의 실현 여부가 드러날 것이다. 예를 들면, G8 정상회담에서 이 보고서의 권고에 대해 인식을 같이 한다는 이야기가 오가고 그것이 정상회담 선언문에 담긴다면, 세계위원회가 인류공동체에 제시하는 권고들은 더 가시화될 것이다(이러한 모임에서 정부 대표는 자체적인 문제의식 때문에, 또는 노동조합·사용자단체·시민사회의 압박에 의해 이 보고서를 언급하게 될 것이다).

우리도 이 보고서에 대해서 책임이 있다. 한국은 ILO 회원국이다. 게다가 한국정부 대표였던 가 정의용 씨(현 열린우리당 국회의원)는 ILO 이사회 의장으로 선출되어 세계위원회에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하였다. 그리고 이 보고서가 다루는 문제들은 결코 우리와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우리가 이 보고서를 어떻게 실현시켜 나갈 것인가에 대해서도 책임 있는 응답을 해야 한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은 잘 보이지 않는다.

한국 정부, 노동자 단체, 사용자 단체는 이 보고서와 그 내용을 알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였는가? 한국의 주체들은 이 보고서의 내용을 소화하기 위해 어떤 자체 노력을 하였는가? 한국 정부는 이 국제적인 사안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관한 입장을 정립하기 위해 어떠한 '범정부 차원의' 논의를 진행하였는가? 한국 정부는 이 보고서를 국제적 논의를 진행해 나가는데 중요한 고리 또는 근거라고 판단하는가? 한국 정부는 이 보고서에 관한 입장을 수립하기 위하여 노동조합, 사용자단체, 그리고 시민사회와 어떠한 논의를 진행하였는가? 한국 정부는 이 보고서에 담긴 많은 문제들과 권고 내용이 한국이라는 상황에서는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또는 유효한지 점검하기 위하여 어떤 노력을 시도하고 있는가? 보고서가 발간 된 이후 답을 하기 힘든 이러한 질문들만 무수히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한국의 노동조합운동에게도 그 대표 조직이 직접 구성원으로 참여하는 국제기구에서 채택된 이 보고서의 가치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대답해야할 의무가 있다. 각 주체의 노력 여하에 따라, 세계위원회의 보고서 또한 죽은 문서가 될 것인지 아니면 어떤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인지가 결정될 것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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