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거버넌스- 노사민정 문제점과 개선방안

노동사회

지역 거버넌스- 노사민정 문제점과 개선방안

구도희 0 6,019 2014.05.07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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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이 글은 지난 2014년 4월23일 열린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창립 제19주년 기념토론회 ‘지방분권 시대의 노동’에서 발표한 글을 요약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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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거버넌스(Governance)는 협치(協治)로 번역되며 ‘지역 거버넌스’는 지역차원에서의 주요 주체들 간의 ‘공동정책협의(Co-consultation)’라 할 수 있다. 이것은 중앙차원에서 전개되는 다양한 형태의 협치가 지역차원에서 목적, 구성, 주체, 의제 등 각 지역의 특수성을 반영해 구성 및 논의되는 정책협의체를 뜻한다. 또한 노사의 고유한 단체교섭과 더불어 노사에 직․간접적으로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회경제적 주요 이슈에 대하여 노사와 지자체대표 그리고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여 초기업단위의 정책협의를 시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지역 거버넌스는 경제, 산업, 노동, 고용, 교육, 문화, 환경, 개발, 복지 등 그 이슈와 주체의 구성에 따라 다양한 형태가 존재한다. 
본 글에서 살펴보고자 하는 지역 거버넌스는 지역차원에서의 사회경제적 이슈, 고용․노동과 관련된 이슈에 대하여 지역의 노사와 지자체 정책담당자, 지역 내 시민사회단체, 전문가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운영되는 거버넌스다. 국내에는 이와 관련한 구체적이고 제도화된 틀로서 1990년대 말 이래 부천과 광주 광산구 등 일부 지역에서 자생적으로 발전한 지역협의체가 있다. 제도화된 형태로는 2003년 이래 2008년까지 지역노사정협의회가 존재하였고, 2008년 이후 지금은 지역노사민정협의회가 그 틀을 이어받고 있다.  
 
지방분권화와 노동
최근 중앙단위의 사회적 대화가 노사와 노정 간의 극심한 불신과 대립으로 인하여 정체된  가운데 금년 6월4일 지방자치단체 선거를 앞두고 지역이 새롭게 주목받는 것은 역설이다. 왜냐하면 현재 중앙단위에서의 사회적 대화나 정책협의가 불완전한 상태에서 업종이나 지역차원에서의 노사 및 노사민정협의가 어느 정도 진전을 거둘 수 있을 것인가를 볼 때 솔직히 그 전망은 낙관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6월 지자체 선거가 끝나면 이내 그 관심이나 열기가 다시 수그러들지 않을까 우려된다. 무엇보다도 노사에 대한 정부의 태도나 노사의 전략적 자세가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는 한 노사민정협의회의 미래 역시 낙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에서 사회적 대화는 중앙이나 지역을 막론하고 20여 년의 역사에도 여전히 그 체제, 주체, 운영과정에서 안정화되지 못한 채 불완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동아시아 지역에서 중앙이든 지역이든 그 내용이나 절차가 미흡한 가운데서도 형식적 여건을 갖추고 노사민정협의가 이루어지는 나라는 사실상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자칫 과소평가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발전을 가로막는 지배적인 원인은 낮은 노사 조직률에다 초기업적 교섭이나 협의의 틀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상태에서 기업별 노사관계가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지역 거버넌스 역시 구조적 한계가 있다. 그러나 그러한 특성이나 한계로 인해 지역차원의 노사민정협의회를 구조결정론적으로 한정지을 이유나 필요는 없다. 구조결정론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 발전이 다양한 양상을 나타내며 제도화된 틀 역시 그러한 사회경제발전의 수준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노사관계나 노사민정협의는 중앙이든 지역이든 주체들의 대응이나 전략적 선택에 따라 구조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노사관계나 노사민정협의는 그 자체가 완성된 제도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며 발전할 수 있는 열려 있는 민주적 토론과 정책결정의 ‘과정’이자 ‘장’으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노사민정협의회 필요성과 배경
민선 6기를 뽑는 오는 6월4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거버넌스에 거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유는 오늘날 중앙정부 차원의 정책이 효과적이지만은 않은 반면, 정책 결정의 행정부 중심 경향이 강화되어 정책 결정 절차도 민주적이지 못하다는 데 있다. 그런가 하면 정부를 대신하는 시장은 효율성이 중심이기 때문에 시장의 열패자에 대한 대책을 모른다. 따라서 정부를 대신한 노사민정 협치나 지방분권화가 강조되고 있다. 
아울러 세계화, 정보화의 심화와 함께 고용, 생산, 인적자원, 산업정책부문에서 지역적 과제가 증대하고 있으며, 그 해결방안 모색을 위하여 지역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특히 전방위적인 고용의 위기시기에 고용관련 정책의 분권화는 OECD국가들의 전통적인 위계적 형태의 ‘공공고용서비스조직(PES)’의 조직에 있어 중요한 개혁과제의 영역이다. 즉, 지역적 요구에 부응하는 ‘노사관계’, ‘고용․인적자원개발’, 지역적으로 특화된 ‘업종부문’에서 지역적·부문 간 다양한 차원의 노사민정 협력(regional·sectoral dialogue)이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지역노사민정 협력체계에서는 경제적인 변화와 급속히 변화하는 노동시장 환경에서 기존의 위계적 공공행정과는 다른 협치의 지역 거버넌스(Governance)구축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2014년 지역노사민정 협력 활성화 지원사업 및 문제점
2014년 정부는 중앙단위 노사민정 대화가 후퇴내지 답보인 상황에서 고용․노동 현안의제에 대한 지역차원에서의 노사민정 협의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임금체계 개편을 중심으로 근로시간 단축,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산, 정년 연장, 3대 기초고용질서(임금체불 예방, 최저임금 준수, 서면근로계약 체결 등) 준수 등과 관련 각 지자체 1개소당 2개 이상의 의제가 선정되어 논의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또한 정부 차원에서 지자체 대상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세부적으로는 지자체 노사민정협의의 현실적 수준을 고려하여 사업계획 수립의 추진 및 시군단위 협의회 설치를 추진하고자 한다. 아울러 정부는 지역맞춤형 일자리창출 대책으로 지자체와 지역 내 고용관련 비영리법인 단체가 컨소시엄으로 참여하는 지역 맞춤형일자리 창출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지역·산업 맞춤형 인력양성 지원방안으로 지역인적자원 개발위원회, 공동교육훈련기관(인프라, 훈련비, 운영비, 프로그램 개발비 등 지원)등을 중점 활성화하고자 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주도의 지역노사민정협력 사업은 그 정책목표와 달리 당사자 중심보다 ‘탑다운(top-down)’ 방식의 문제점이 반복되고 있다. 노사 및 지역의 시민사회단체와 전문가 등의 자율적 이니시어티브(initiative)보다는 여전히 주요 주체들이 수동적 자세에 머물고 있는 등 실패와 한계를 반복하고 있다. 그 핵심은 첫째, 지역 주체들에 의한 지역 고용·노동 및 산업정책적 이슈개발과 정책 참여의 권한 부여 및 책임의식의 공유가 부재하며, 무엇보다 당사자들의 지역노사민정협의회 참여에의 동기부여가 불분명한 채 전시·탁상행정적 차원에서 지역노사민정협력 사업이 인식되고, 추진되는 결과다. 반면 그간의 지역노사민정협의는 양적확대와 일정한 부분적 성과를 거두기도 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근본적인 도전요인을 극복하지 못한 상태이다. 
 
지역노사민정협의회 연혁과 현황
우리나라 지역노사민정협의회는 그 의의를 “자치단체가 지역 노사, 주민대표, 지방관서와 협력하여 지역경제발전을 위해 지역고용, 인적자원개발, 노사협력 관련 의제를 발굴하고 협의 및 심의하는 회의체를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이어 관련 법적근거로「노사관계 발전 지원에 관한 법률」제3조에 따라 “자치단체는 지역노사민정 협력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여야 하며 국가는 필요한 지원, 정부포상 등 우대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동법 시행령 제2조에 협의회의 설치․구성 및 심의사항 등을 규정하고 있는데 협의회 구성․운영, 하부협의체 및 사무국 설치․구성 등에 필요한 사항은 자치단체 조례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동 조항에 따라 협의회는 위원장을 포함하여 30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하도록 되어 있으며 위원장은 자치단체의 장이 된다. 협의회 위원은 근로자 대표, 사용자 대표, 주민 대표, 노사관계․고용․경제․사회문제에 관하여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및 지방자치단체나 지방관서를 대표하는 사람 중에서 자치단체의 장이 위촉하도록 하고 있다. 
노사민정협의회의 시작은 1997년 경제 위기 시에 지역경제 및 고용위기의 극복을 위하여 광주 광산구 및 경기도 부천시 등에서 지역 노사정이 자발적으로 협의체를 구성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이후 1999년「노사정위원회 설치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에 그 설치 근거를 두었다. 이후 노사정위원회는 중층적 사회적 파트너십 구축을 위해 지역노사정협의회에 예산지원을 시작하였으며, 2007년 개편된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법」에도 그 지원 근거를 마련하였다. 이후 관련 지원사업을 2008년 고용노동부로 이관하여 노사정협의회에 공익적 ‘민’을 추가하여 지역노사민정협의회로 개편한 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후 2010년 「노사관계발전지원에 관한 법률」및 시행령에 지역노사민정협의회 설치, 구성․운영, 예산 지원 및 정부포상 등의 근거를 마련하고 2012년에는 노사관계 뿐 아니라 고용까지 총괄할 수 있도록「고용정책기본법」을 개정하여 지역고용심의회의 통합근거를 마련하였다. 이에 따라 2013년 현재 16개 광역시․도에서 지역노사민정협의회에 지역고용심의회를 통합 운영하고 있다.
2013년도 자치단체 244개소 중 121개(49.6%. 광역17, 기초 104)에 지역노사민정협의회가 구성․설치되어 있으며 지역노사민정협의회를 통해 자치단체가 추진하는 고용․노사협력 사업 등에 소요되는 비용의 일부를 지원하여 2013년도에 총 24억 1,100만 원이 지원되는 등 사업추진 실적측면에서 해마다 확대되고 있다. 
 
지역노사민정협의회 성과와 한계
지역노사민정협의회는 그 구성에 있어 본회의와 실무위원회 그리고 분과위원회(의제별 위원회: 노동분과, 고용분과, 지역산업 및 복지분과, 업종별 위원회: 업종분과, 산업단지분과 등)로 구성토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지자체가 관련 지자체 조례의 제정을 통하여 그 구성을 완성하고 협의회를 운영 중이다.
한편 정부는 최근「2014년 지역노사민정협의회 운영 매뉴얼」을 작성하여 보급하면서 지역 특성에 맞는 고용․노동 의제를 선정하여 협의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아울러 지역맞춤형일자리 창출 및 지역산업맞춤형인력양성 사업도 적극 발굴하여 지역 내 취약근로자 고용환경 개선과 지역 내 HRD센터를 통한 취약근로자 훈련 및 취업알선 등을 주요 의제영역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의제는 주로 중앙단위 고용노동부의 포괄적인 희망의제라 할 수 있다. 지역에서는 이보다 더 구체적이며 다양한 당면과제들을 안고 있으며, 노사민정협의회 의제는 ‘바텀업(bottom-up)’ 과정으로 아래에서부터 위로 논의의제가 현장중심으로 발굴되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 
 
공동정책협의의 틀로서 지역노사민정협의 발전가능성 
앞서 살펴 본 지역거버넌스로 지역노사민정협의회는, 서구 노사관계에서 광의의 ‘공동결정권(Mitbestimmung)’의 한 유형인 ‘공동정책협의(Co-Consultation)’의 틀에서 발전되어야 한다. 먼저 공동결정은 작업장이나 초기업단위에서 노사가 기업의 경영이나 정책협의에 공동으로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가장 대표적으로 독일의 경우 공동결정권은 2차 대전 이후에 장기적 번영은 물론, 1990년대 전례 없는 대내외적인 도전 속에서도 통일의 대업을 달성하며, 강한 경쟁력을 보이고 있는 ‘독일모델(Model Germany)’의 핵심이다. 독일의 노동법은 노사 간 갈등을 해소할 방안으로 공동결정권을 제도적으로 발전시켜왔다. 공동결정권이란 근로자들이 경영에 참여하는 권리를 의미하는 것으로, 작업장 차원과 산업 차원에 적용되었는데 기업의 규모나 크기에 따라 여러 가지 형태의 공동결정이 존재한다. 한편, 1976년 개정된 공동결정권은 2천 명 이상 모든 기업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1972년 종업원평의회법(Betriebsverfassungsgesetz)은 중소기업에서의 노동자 대표를 규정하는 것이다. 피고용인 5인 이상 모든 기업에서는 종업원평의회(Betriebsrat)를 구성할 수 있었고 이 평의회가 특히 작업장 내의 사회적·인사상의 문제에 공동결정권을 갖게 되었다. 법은 종업원평의회를 통하여 회사와 대립보다는 협력하도록 하였으며, 노동자의 공동결정을 인정하는 만큼 회사의 압력행사를 금하였다. 종업원평의회법은 노동조합원과 비노동조합원 모두의 대표권을 보장하였으나, 노동조합 조직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독일에서는 노동조합이 사실상 대부분 평의회를 지배하였다. 
이러한 독일의 이원적 구조는 산별 차원에서 강한 노동조합과 마찬가지로 결속력이 있는 사용자단체가 존재하여 노사 교섭이 이루어지고, 작업장에서는 모든 근로자를 대변하는 종업원평의회가 구성되어 사업장 내 노동사회적 이슈에 대하여 공동협의하는 독일 노사관계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조직력과 교섭력 그리고 공동결정의 제도화된 틀은 전후 독일의 강한 경제를 지탱하는 지주로 여겨지고 있다. 
네덜란드의 공동정책협의도 중요한 벤치마킹의 모델로 여겨지고 있다. 네덜란드 모델 역시 교섭과 정책협의의 이원적 구조를 갖고 있다. 네덜란드의 공동결정권은 1차적으로 경제활동의 주체로서 조직 대표에 근거하고 있다. 노사교섭은 조직 노사가 중심으로 이들에 우선적이며, 중심적인 대표권을 인정하는 형식을 띠고 있다. 정책협의의 경우 나머지는 공익이 노사와 대등한 수준에서 조직되어 협의에 참여하고 이행을 간접적으로 담지하는 방안이라 할 수 있다. 사회적 대화에 보다 다양한 사회 주체의 참여가 요청되는 오늘날과 비교하면 네덜란드의 이러한 조합주의는 전통적인 ‘양자주의(Bipartism, 노동재단)’와 ‘삼자주의(Tripartitism, 사회경제협의회)’를 기반으로 그 기본에 노사중심성이 유지되는 모델이라 할 수 있다. 
1945년 창설된 노동재단(FL)은 노동조합연맹 및 사용자단체들로 구성된 민간조직으로 노사 각 10인으로 총 20인이다. 노동재단은 임금 및 단체교섭 등 민간의 자율적인 활동영역에 대한 논의와 합의를 목적으로 하고 있는데,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네덜란드 모델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바세나르 협약(Wasenaar Accord)’(1982) 등이 바로 이 노동재단의 협상을 통해서 이루어진 것이다. 네덜란드 공동정책협의의 틀인 사회경제협의회(SER)는 1950년 산업조직법(Industrial Organisation Act)에 의해 설립된 것으로 노사공익이 중심이 되어 정부와 의회에 정책적 건의를 주요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노사만으로 구성된 노동재단과 비교된다. 노사 각 단체별로 11명씩 노사를 대표하고 정부의 직접적인 참여 없이 간접적으로 정부가 임명하는 공익 11명 등 모두 33명이 협의회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사회적 대화를 운영하고 있다. 
네덜란드 모델이 주는 시사점으로 노동관련 핵심 교섭의제는 교섭이 노동재단에서 노사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공동정책협의 틀인 사회경제협의회에서는 공동정책협의에 참여하는 권한의 부여와 함께 정책집행의 공동책임을 간접적으로 지게 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정책협의는 주로 정부, 지자체, 국회에 자문기능으로서 상당한 의의를 갖고 있다. 
위 사례에서 살펴본 것처럼 우리나라의 지역노사민정협의회는 구체적으로 독일과 네덜란드에서 보는 것과 같은 공동결정 또는 공동정책협의의 지역적 형태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까지 그 연륜이 짧고 주체들의 인식이나 제도적인 운영에서 일천한 우리의 지역노사민정협의회가 이러한 방향으로 전개된다면, 미래 노사관계는 물론 노사의 역할 증진과 장기적으로 국가경쟁력과 민주주의 수준 제고에 획기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역 노사의 직접참여를 강화하는 ‘겐트시스템’ 모델과 연관성
우리나라 지역노사민정협의회는 무엇보다 지역 차원의 고용서비스, 직업훈련 그리고 인적자원개발 및 복지정책과 지역 특성을 반영하는 산업정책적 협의가 그 중심이다. 따라서 지역노사민정협의회의 활성화를 위하여 이른바 북유럽모델 국가의 공통적인 특성으로 알려진 ‘겐트시스템(Ghent System)’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겐트시스템이란 ‘복지급여, 특히 실업급여 등에 대한 주된 책임을 정부의 위임을 받은 공법인보다 노사의 적극적 개입과 운영에 의하여 운영되도록 하는 제도’다. 13세기 벨기에의 겐트지방을 중심으로 발전한 이 제도는 오늘날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 그리고 스웨덴에서의 실업보험 운영의 지배적인 형태이다. 
겐트시스템은 노동자들이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노조에 가입하여야 하기 때문에 이들 겐트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북유럽 나라들에서는 공통적으로 노조의 조직률이 매우 높다. 또 국가에 의해 운영되는 실업급여제도에서 급여는 국가에 의해 고정되는 반면, 노조에 의해 운영되는 실업급여는 직전 소득에 의존하고 있는 점도 역사적으로 노조에 의한 실업급여 가입 비중이 높은 주된 이유가 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노조자치에 의한 실업보험제도의 운영은 ‘역사적인 것’이다. 즉 국가에 의한 노동행정차원의 실업보험이 발전하기 전부터 노조에 의해 자조적 차원에서 자치 운영되는 겐트시스템이 발전하였던 것이다. 이 때문에 고용보험이나 고용보험재원에 의해 대부분 수행되는 고용서비스 등이 국가나 국가의 위탁을 받은 공법인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현대의 대부분 국가에서의 고용보험체계에 비추어 이러한 겐트시스템은 예외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지역노사민정협의회는 정부정책을 수동적으로 추인하는 기구가 아니라, 진정한 협치의 정신에서 노사민정협의회가 지역의 노동관련 주요 현안들을 자율적이며 창의적으로 해결해나갈 수 있는 높은 수준의 민주적 의사결정기제다. 따라서 고용, 노동과 복지, 산업안전, 그리고 지역의 인적자원개발 및 산업정책협의에 있어 협의회가 지자체 수준에서 관련 정책을 형성하고 수립해나가는 과정에서 주체들의 민주적 참여를 통해 정책의 효율성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지역민주주의의 발전에도 기여하는 방향으로 혁신적으로 발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추동하는 것은 결국 노사의 조직률과 이에 기반한 높은 수준의 교섭 및 정책역량이다. 이를 위한 장기적 프로젝트로 겐트시스템의 도입이 다각도로 검토되어야 한다고 감히 주장한다. 동시에 지역노사민정협의회가 자문기능을 넘어 그 궁극적인 발전방향을 정책형성, 수립 및 결정에 있어서의 진정한 사회적 토론을 통한 ‘공동정책협의의 틀’로서 기능할 수 있고 심화된다면, 그것이야말로 노동의 민주화는 물론 사회의 민주주의 발전에도 기여하는 실질적인 장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지역노사민정협의회 개선방안
고용 위기에 대한 조직적 대응, 노동시장 내 양극화에 대한 사회적 대응, 장기적인 노사관계 발전 등을 위한 성공의 요소는 공동결정권적 관점에서 진정한 ‘공동정책협의체(Co-Consultation)’의 구축이며, 그 핵심은 노동의 ‘능동적 참여를 통한 변화’일 것이다. 그리고 조직적 과제는 겐트시스템으로부터 노동의 조직적 기반과 정책참여 기반을 확충하려는 전략적 방향을 갖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어 그 운영 방안을 창의적으로 대응해나가는 것이다. 핵심은 ‘공동정책결정과정에의 참여 권한부여’와 ‘책임의식의 공유’다. 그렇지 않다면 노동문제는 결국 사회적 토론과정이 부재한 채 노사 간, 노정 간 반복적 대립과 정책결정의  핵심 경제주체가 배제된 채 관료 주도의 정책에만 의존하게 될 것이다. 
동시에 직접적이고 기능적 차원에서 현재의 지역 거버넌스 운영현황의 검토에 기반하여 다음과 같은 지역노사민정협의회 개선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주체의 문제다. 지역노사민정협의회의 경우 중앙정부 차원의 고용·노동·복지·산업정책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지역 분권화와 지역에서 중앙부처업무의 중복에 대한 조정의 문제 외에 진정한 사회적 파트너십 구축 노력이 핵심이다. 지자체든, 중앙이든 그 어떤 정책협의회에 대한 참여를 부정하기보다 ‘참여를 통한 변화와 혁신’을 주도해야 한다. 지자체 역시 지역노사민정협의의 성공이 이 문제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지역에서는 운영의 폭이 상대적으로 넓다는 점 등을 최대한 활용하여 적극적이며 유연한 대처를 할 수 있도록 전제되어야 한다. 
둘째, 체제의 문제다. 지역노사민정협의회가 실질적인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현재 각 조례에 의하여 구성돼 운영되고 있는 하부협의회(각 분과위원회 및 실무협의회)의 구성 및 운영을 적극 제도화하고, 이를 지원하는 사업팀을 지역 거버넌스의 핵심적인 성공요소로 인식하는 지자체 장의 확고한 비전과 지원의지가 중요하다. 대부분의 지역노사민정협의회는 조직이나 위원회 구성 등 형식적인 틀을 갖추고 있음에도 전술한 요소와 그 효과, 목표의식이나 비전은 부족한 채 공무원들의 ‘페이퍼 워크’ 수준에 머물고 있다. 따라서 각 지자체가 ‘공동정책협의’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갖고 현재의 재원과 조직, 인력을 최소한 두 배로 배가시키는 조치만 취해도 상당한 변화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논의 의제 문제다. 지역노사민정협의회에서 논의하는 주체들이 적극적인 참여 동기를 갖도록 지역 내 고용·노동·산업정책관련 주요 논의 의제의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개발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주요 이슈로 지역노동시장에 대한 조사와 통계의 구축, 고용안정 인프라의 확충, 선진국형 장기실업대책, 지역 내 전략산업 육성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와 고용창출대책 및 전략산업별로 차별화된 인력공급체계 등과 관련한 구체적인 방안 논의가 필요하다. 아울러 간접의제에 대하여 지역차원에서 다룰 수 있는 노동문제와 관련된 의제를 노사가 우선 자발적으로 그리고 지자체와 정책담당자가 지역차원에서 장단기적인 현안에 대한 논의 이슈를 정리하여 우선적인 논의 주제를 연초에 확정하고 시한을 정하여 집중논의토록 해야 한다. 그리고 최종 논의 결과를 지자체장에게 권고 및 건의 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넷째, 운영 부분이다. 분과위 논의를 거치거나 지자체가 제안하는 우선 순위의 실천과제를 본위원회에서 신속히 확정하고 실천방안을 마련·추진해 나가야 한다. 필요시 주요 사업의 시범사업추진기획단을 운영하고, 이를 단계적으로 구체적인 사업으로 확대해 나가는 운영 전략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분과위 논의를 중간에서 조정하고 협의하여 본위원회에 상정할 실무협의회의 기능을 활성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실무협의회 대표가 본협의회에 위원으로 반드시 참여하여 하부단위의 논의 결과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본협의회의 결과를 다시 분과위 논의에 전달할 수 있도록 상하가 유기적인 체계를 갖춰야 한다. 또한 지역노사정협의회 추진 사업의 추진기획단과 지역의 대학, 시민사회단체 등과도 네트워크 구축을 강화하는 한편, 관련 협력 사업의 정기적 평가를 통해 지역노사민정협의회의 운영을 실질화하여야 할 것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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