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판결의 쟁점과 법·제도 개선방안

노동사회

통상임금 판결의 쟁점과 법·제도 개선방안

구도희 0 5,150 2014.03.03 04:36
1. 통상임금 판결의 쟁점
 
지난 연말에 대법원은 갑을오토텍 사건을 대표 삼아 통상임금의 법리를 정리하는 전원합의체 판결(이하 ‘전합 판결’)을 내렸다(대법원 2013.12.18 선고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 및 대법원 2013.12.18 선고 2012다94643 전원합의체 판결). 
전합 판결은 통상임금의 판단 기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였지만 각각의 사건마다 나름대로 차이점이 있어 어떤 결말이 날지 쉽게 단정할 수 없다. 나아가 전합 판결에서 명백히 판단하여 결론을 내리지 않은 쟁점들이 이미 여러 가지 제기되고 있다. 해석상 쟁점이 되는 내용은 결국 전합 판결 이후의 후속 판결들이 내려져야 그 답을 알 수 있다. 문제는 그 동안 노사 간에 혼란이 계속될까 우려된다는 점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월23일 임단협 교섭을 앞두고 노사 간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통상임금 노사지도 지침’(이하 ‘지침’)을 발표했다. 지침은 전합 판결의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자세히 설명하고 있어 유용한 자료이다. 다만 해석상의 쟁점들에 대해 지침에서 답을 주고 있어도 재판이 그 내용대로 이루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지침은 법규범성이 없어 재판에서 판단 기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지침 내용 탓에 노사 간의 해석상 이견이 커져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신의칙의 적용 여부에 대한 논란
전합 판결은 정기상여금을 포함시켜 추가 법정수당의 차액을 청구하는 것이 신의칙 위반으로 허용되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신의칙이 적용되는 경우와 아닌 경우로 나눠지는데 전합 판결의 대상인 갑을오토텍 사건은 신의칙이 적용된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실제 사안에서 신의칙이 적용되어 청구가 부인되는지 여부를 노사가 스스로 판단하기는 어렵고, 법원만이 신의칙 요건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이때 기업에게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기업의 존립이 위태롭게 될 수 있다는 사정이 판단 기준이 된다. 회사의 재정 및 경영상태를 보아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 등을 평가하는 것은 그 기준이 매우 모호하여 법원의 판단이 자의적일 수 있다. 
대법원 보도자료나 고용노동부의 지침에서 신의칙은 정기상여금의 경우만 적용된다고 본다. 각종 수당의 경우도 신의칙이 적용될 여지가 있다는 반대 견해가 있지만, 정기상여금 이외에 다른 임금에 관해 신의칙이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 예상된다. 2012년 금아리무진 판결 이전에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할 수 있음을 명시적으로 인정한 대법원 판결은 없었지만 각종 수당은 이미 1995년 전합 판결 이후 대법원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시해왔기에 그 처지가 다르다. 
신의칙은 노사합의가 있는 경우 인정되는데, 지침은 단체협약 등 명시적 합의 이외에도 묵시적 합의나 근로관행도 포함된다는 입장이다. △취업규칙의 적용에 대한 묵시적 동의나 관행이 인정된다는 견해,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근로자 측이 동의한 경우에는 신의칙이 적용된다는 견해, △과반수 노동조합이 사용자 쪽과 협상을 거쳐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배제하는 취업규칙의 불리한 변경에 동의한 경우에는 그 취업규칙의 존재를 노사합의와 같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견해 등 다양한 주장도 제기된다. 사견은 전합 판결에 따르면, 노사합의란 임금협상 과정을 거쳐 합의된 임금총액의 범위 내에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전제 아래 법정수당의 규모 등을 정한 경우이므로, 노사 간에 임금협상 과정이 전혀 전제되지 않은 경우는 신의칙이 적용되지 않으리라 예상된다. 
전합 판결일 이후 새로운 노사합의가 이루어진 경우, 정기상여금을 제외하고 통상임금을 정하였다 하더라도 전합 판결을 무시한 위법한 합의이므로 신의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종전에 신의칙이 적용되던 합의라도 이제는 신의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반면 지침은 새로운 노사합의가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신의칙이 계속 적용된다는 입장이다. 당초 합의 기간 만료 전에 노사가 성실히 협의하여 가급적 상반기 중 원만하게 해결하도록 지도하겠다고 밝혔는데, 일단은 노사가 신의칙이 계속되는지를 다투지 않게 하려는 취지로 이해된다. 그러나 전합 판결 이전의 합의에 대해 신의칙이 적용되는지도 노사가 확신하기 어려운데, 지침이 오히려 신의칙 적용이 계속된다고 말하니 노측은 반발하고 소송제기를 통해 해결하겠다고 나설까봐 우려된다. 해석론으로도 단체협약 유효기간 중에 새로운 합의를 위해 교섭을 요구하거나 근로자가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 신의 제공을 철회하는 중대한 사정변경이 있다고 판단될 가능성도 있다. 단체협약을 다시 체결하자는 교섭요구를 사용자가 거부하는 경우나 (취업규칙을 통한 노사합의를 인정한다면) 취업규칙을 그대로 방치하는 경우에 사용자를 신의성실하다고 법원이 평가할지도 의문이다. 
 
정기상여금에 재직자 조건의 적용 여부 논란
전합 판결은 △설·추석상여금, △하기휴가비·선물비·생일자지원금, △개인연금지원금·단체보험료 등에 대해 재직자 기준을 이유로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한다. 그 외의 임금, 특히 정기상여금에 대해서도 재직자 조건이 있으면 통상임금성이 부인되는지 논란이 제기된다. 전합 판결이 재직자 조건이 있으면 위의 3가지가 통상임금에서 제외된다고 설명하였기에 정기상여금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해석된다는 주장이 있다. 지침도 그러한 입장이다. 
다만 기업이 그러한 추가 조건을 각종 수당과 정기상여금에 무한정 확대 적용하여 그 결과 기본급이 아닌 모든 임금이 통상임금에서 제외될 수 있다면, 이는 전합 판결이 의도하지 않은 불합리한 상황이다. 그러므로 법원은 재직자 조건 자체가 합법적으로 유효할 수 있는지에 대한 후속 판단을 할 것으로 예측된다. 
통상임금성이 부정되는 재직자 기준인 추가 조건은 극히 제한적으로만 유효한 것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전합 판결이 판단한 수당들은 특별한 목적의 필요에 대응하는 복리후생 성격이 높은 수당이며, 사용 내지 지급이 필요한 특정한 시점이 노동의 제공과는 다른 사정에서 이미 존재하는 수당이다. 설, 추석, 하계휴가, 근로자의 날, 창립기념일, 생일, 보험료 납부일 등 그러한 수당이 필요한 특정한 시점이 원래 있어 그 시점의 재직을 중시하는 것이다. 이러한 것과 달리 다양한 형태의 직무수당, 근무수당, 장려수당, 조정수당 등을 재직자 기준으로 지급 여부를 달리 하는 것, 즉 단지 퇴직하였다고 지급하지 않거나 재직하였다고 임금을 주는 것은 ‘유노동 유임금’,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상 임금의 본질에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기에 통상임금성을 부인하기 위한 목적만으로 재직자 기준을 추가하였다면 명목상의 조건이어서 탈법행위로 평가받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정기상여금에 대해 재직자 기준을 추가 조건으로 정하는 것은 유효하지 않다. 정기상여금은 일정한 대상기간에 제공되는 근로에 대응하여 1개월을 초과하는 일정기간마다 지급되는 상여금인데, 단지 퇴직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그 대상기간분의 전체를 지급하지 않는 것은 유노동 유임금,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특히 이미 고정급화된 정기상여금은 기본급과 비교하여 그 액수가 다액이라는 점에서(4개월마다 기본급의 100%를 지급하는 경우 1개월 대비 기본급의 25%에 해당함) 재직자 기준은 합리적 내지 정당한 이유가 없어 적합하지 않다. 
 
분쟁해결의 방법
실제의 사건에서 신의칙에 해당하는지는 궁극적으로 법원의 판단에 달려 있다. 소송의 성패를 예측하기 어렵다면 노사에게 소송은 부담스러워질 수 있다. 
통상임금의 혼란이 있다 하여 소송 제기가 능사가 될 수 없다. 특히 재직자들이 통상임금 계산을 다시 하여 추가임금을 달라고 하는 소송은 기업 수입의 한계를 고려하면 앞으로 받을 임금을 줄여서라도 과거의 임금을 달라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소송 동안 노사관계는 불안해지며, 기업발전을 위한 노사협력은 어려워진다. 
소급임금분의 자주적인 해결 방안으로는 다음 두 가지가 가능하다. 첫째, 일정금액을 일괄 지급하되 임금협상 시 임금인상분과의 연계를 고려하여 소급임금분 금액을 결정하는 방안이다. 물론 이에 대해 근로자의 사전 동의나 사후 승인이 필요하다(대법원 2000.9.29 선고 99다67536 판결 참조). 둘째, 소급임금분 지급을 단협으로 유예하는 방안이다. 근로자의 사전 동의나 사후 승인이 없더라도 임금채권은 3년 소멸시효 완성으로 소멸된다. 따라서 고용안정을 동시에 약속할 수 있어야 효과적이다. 소멸시효가 완성되기 전의 인위적인 고용조정은 퇴직자가 단협의 유예에도 불구하고 법정수당 지급소송을 제기하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온다.
과거의 소급임금분은 임금구성 체계의 개선, 근로시간 체계의 개선이 진행되어야 궁극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 또한 임금구성 체계, 근로시간 체계의 개선을 진행하는 가운데 소급임금분에 대한 자주적인 해결도 노사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 노사 간에 근로시간 체계 개선의 합의가 당장 어렵다면 임금구성 체계의 개선이라도 조속히 논의하고 합의할 필요가 있다.
정기상여금에 재직자 기준을 도입하려는 노력은 결국 정기상여금을 현재 모습 그대로 두려는 것이다. 그러나 과도한 비중의 정기상여금은 해체하는 것이 임금구성 체계를 개편하는 바람직한 방향이다. 재직자 기준이 유효한지를 소송으로 다투기보다 노사가 당해 기업에 맞는 임금구성 체계의 내용을 모색하여야 한다. 
 
 
2. 임금구성과 근로시간 체계의 개선
 
임금구성 체계의 개선:합리화, 단순화
통상임금의 혼란을 해결하는 방법은 기형적으로 복잡한 임금구성 체계를 단순화하고 합리화하는 것이다. 그간 기업에서는 초과근로에 대한 가산임금의 상승을 회피하려고 각종 수당을 신설하거나 상여금을 인상하는 방식으로 인건비를 조절해 왔다. 그 결과 임금구성 체계가 복잡하고 기형적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앞으로 노사가 임금구성 체계를 개선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기업에서 통상임금으로 보지 않았던 것들이 이제 통상임금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임금구성 체계가 개선되면 기업은 관리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고, 근로자는 임금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어 노사 상생의 길이 마련된다. 
임금구성 체계의 변경은 노사 간의 이해와 합의를 바탕으로 하여야 한다. 노동조합은 그간의 통상임금 논란에 사용자와 함께 책임이 있다. 노사합의로 정기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도록 합의하고, 연장근로 등 장시간 근로의 관행을 존속시켜 왔다. 전합 판결에서 기발생 채권에 대해 신의칙을 적용하는 이면에는 이러한 임금협상의 관행에서 노동조합에게도 일정 부분 책임을 묻는 것으로 풀이된다. 노동조합은 전합 판결의 신의칙 적용이 초래한 불편함을 극복하고 노사관계의 책임있는 주체로 복귀하기 위해 단지 비통상수당,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방식보다는 임금구성 체계의 개편 방향에 대해 함께 고민하여야 한다.
임금구성 체계의 구체적인 개편 방향은 각 기업의 실정마다 다르겠지만, 임금구성 항목이 실질과 진정성을 회복하여야 한다. 첫째, 과도한 비중의 정기상여금을 기본급, 사용자가 재량적으로 지급하는 명절상여금, 성과에 따른 보수인 성과급상여금이나 경영성과금으로 나누어야 한다. 다만 기본급 등 고정적인 급여에 비교하여 성과급상여금이나 경영성과금이 지나치게 높은 금액인 경우, 오히려 임금안정성이 약화되어 근로의욕이 감소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하여야 한다. 기본 베이스를 정하는 경우 전합 판결은 그 액수만큼은 통상임금에 포함한다는 점도 고려하여야 한다. 또한 성과급상여금의 차등적 지급의 기준이 되는 성과평가가 공정하지 못한 경우 노사 간, 근로자들 간의 불만과 불신이 초래될 수 있으므로 합리적인 평가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둘째, 일률적으로 지급해온 복리후생수당은 선택적 복지, 복지포인트, 사내근로복지기금 등 필요에 따른 기업복지제도로 전환하여야 한다. 사용하지 않은 포인트를 보상하는 것은 결국 임금의 실질을 가진다는 점도 유의하여야 한다. 
셋째, 기본급이 증액되어 통상임금이 기존보다 증가하면 추가 법정수당의 부담이 커질 수 있으므로 실수령 임금수준에 맞춰 기본급 증액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 
 
근로시간 체계의 개선:장시간 근로 관행의 개선
통상임금 분쟁의 배경으로 그간 연장근로, 휴일근로 등 장시간 근로의 관행이 있었다. 1주 40시간제도는 실근로시간 단축으로 정착하지 못했고, 근로시간 특례사업장, 제조업 교대제 근무 등에서 장시간 근로가 만연해 있다. 통상임금 관련 임금구성 체계에 대한 이슈가 발생하기 전에 예방책을 강구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근본적으로는 근로시간 체계를 개선하여 연장근로 등을 감소시키거나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연간 총근로시간의 단축이라는 국가정책에도 부합한다. 장시간 근로의 관행은 ‘노동에서의 정상(正常)’이 아니다. 1일에 8시간, 1주일에 40시간 이내로 근로하고 주휴일에 쉬는 것이 근로기준법이 상정하는 정상적인 모습이다. 정상적인 모습에서 경쟁력을 가질 때 우리 사회의 발전은 지속가능하다. 
근로시간 체계의 개선으로는 다음과 같은 점들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첫째, 연장근로, 휴일근로 등을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 연장근로 등이 생기더라도 보상휴가제(근기법 제57조 참조)를 활용하여 추가 임금 부분을 상쇄한다. 법제도 개선의 측면에서는 근로시간저축제도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둘째, 법정수당 발생이 안 되는 근로시간 유연화 제도들을 활용한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선택적 근로시간제, 간주근로시간제 등이 이에 해당된다. 한편 실제 기업에서 이를 활용하지 않고 있는 이유에 대해 법제도 개선의 측면에서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셋째, 연차휴가일수를 적극 소진하여 미사용 휴가의 보상을 감소한다. 휴가는 쉬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지, 돈으로 보상받기 위한 것이 아니다.
 
 
3. 법·제도의 개선
 
통상임금 혼란의 근원은 근로기준법에서 통상임금이 무엇인지를 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판례는 통상임금의 판단징표로서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을 든다. 이러한 추상적인 단어들은 노사가 쉽게 이해하기 어려워 해석상 논란이 있어 왔다. 그러므로 통상임금의 범위를 명확히 하는 내용으로 근로기준법에서 직접 입법하여야 한다. 통상임금의 범위에 관해 노사가 쉽게 예측할 수 있어야 중소기업이나 노사협상이 없는 기업에서 근로기준법의 기준이 실제로 도움이 된다. 
그간 고용노동부의 임금제도개선위원회에서 법·제도 개선방안이 논의되어 왔고,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는 임금․근로시간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앞으로의 논의를 준비하고 있다. 작금의 노사정 관계의 악화와 지방자치선거를 앞둔 정치적 상황으로 입법논의가 어려운 면이 있지만, 당장이라도 적절한 입법방향을 모색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바람직한 법·제도 개선방안으로 다음의 사항들이 고려되어야 한다. 첫째, 통상임금의 기준과 범위가 명확해서 쉽고 분명하게 이해될 수 있어야 한다. 판례가 제시하는 통상임금의 징표인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은 불명확한 개념으로 해석상 논란만 거듭될 뿐이다. 다른 방식의 규정이 필요하며 근기법 법률에서 직접 명확히 규정하여야 한다.
둘째, 연장근로 등을 억제할 수 있어야 하고, 각종 수당과 정기상여금이 포함되어야 한다. 임금제도개선위원회의 제1안(통상임금의 범위를 원칙적으로 명칭에 관계없이 소정근로에 대하여 지급하기로 정한 모든 임금으로 한다는 제안)이 적절하다. 
셋째, 아울러 제1안에서도 언급하듯이 급격한 기업 부담 증가를 배려하는 보완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처음에는 통상임금의 일정 비율을 적용하다가 단계적으로 이를 상향조정하는 방안이 적절하다. 노사 간에 임금교섭 등을 통해 자율적으로 적응하도록 유도하여 노사자치의 존중에도 부합된다. 적용비율과 그 변동 및 기간을 정함에 있어 구체적인 실태조사를 통해 노사정 간의 사회적 합의가 도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넷째, 노사가 자주적으로 합의한 내용이 존중될 수 있어야 한다. 다만 근기법 기준보다 밑도는 노사합의의 유효성을 항구적으로 인정하는 방안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근로자측이 △주체나 합의의 형식에서 자주성과 대표성을 가져야 하며, 또한 △스스로 실제 근로시간을 규율할 수 있는 역량을 가져야 한다. 기업별 협약보다는 법률이 정하는 정도의 규범력을 담보할 수 있는 산업별 협약, 지역별 협약 등 초기업별 단체협약으로 근로시간을 규율하는 방식이 적절하다. 또한 그러한 초기업별 단체협약이면서도 사업장에서 미조직 근로자(협약 외 근로자)에게도 효력이 있는 규범력을 가지는 단체협약이어야 하므로, 특정 사업장에서 개방조항으로서의 효력을 가지려면 일반적 구속력 또는 지역별 구속력을 갖거나 또는 단체협약의 내용을 취업규칙에 반영하여 전체 근로자에게 적용하는 경우여야 한다. 한편 단순히 노사합의를 근기법 기준 대신으로 인정하는 방식은 노조가 조직되어 단협이 체결된 기업에는 의미가 있겠지만, 단협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는 대다수 기업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도 아울러 고려되어야 한다.
다섯째, 임금 안정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임금 체계의 개선을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임금체계의 구체적인 개선 방향은 노사가 자치적으로 추구해야 할 부분이다. 통상임금의 범위를 원칙적으로 명칭에 관계없이 소정근로에 대하여 지급하기로 정한 모든 임금으로 한다면, 각종 수당, 정기상여금 등의 일정 부분을 기본급으로 전환하는 변화를 유도하여 임금안정성이 제고될 수 있다. 일정한 제외 금품을 명시하는 방안은 해석상의 논란을 최소화하려는 측면에서 제외 리스트를 두는 것이 명확성을 제고하므로 바람직하다. 다만 제외 리스트의 내용이 임금안정성 확보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한다(예: 현금인 설·추석 상여금은 월 기본급여의 20%까지만 제외로 인정). 한편 1개월을 초과하여 지급하는 금품, 정기상여금 등을 제외 리스트에 포함시키려는 것처럼, 제외 리스트 도입 논의가 통상임금의 범위를 감축하려는 의도라면 입법정책으로서 바람직하지 못하다.
 
 
4. 노사정의 과제
 
통상임금의 혼란은 소송을 제기하여 법원의 판단을 받아 확실해지면 해결될 수 있다. 그러나 소송 동안 노사관계는 불안해지며 기업발전을 위한 노사협력은 어려워진다. 그러므로 재직자나 노동조합에게 소송은 능사가 아니다. 
통상임금의 혼란을 해결하는 방법은 기형적으로 복잡한 임금구성 체계를 단순화하고 합리화하는 것이다. 또한 통상임금 분쟁의 배경으로 그간 연장근로, 휴일근로 등 장시간 근로의 관행이 있었으므로 근로시간 체계의 개선이 필요하다. 노사가 자신의 기업에 적절한 임금구성 체계의 개선에 관해 진심을 담아 논의를 진행하다 보면, 임금구성 체계 개선 이전의 과거분에 대한 지급 문제도 소송이 아니라 양보와 타협으로 해결하는 길을 찾을 수도 있다. 
통상임금 혼란의 근원은 근로기준법에서 통상임금이 무엇인지를 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므로, 통상임금을 근로기준법에서 명확히 규정하도록 법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통상임금의 혼란을 오히려 기업에서는 임금구성 체계 및 근로시간 체계를 개선하고, 국가적으로는 법·제도를 개선하여 기업질서 및 법질서의 정상화를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 노사 간 및 노사정 간의 상생의 협력이 요청된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7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