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는 금속의 산별전환 투표가 끝난 이후, 투표 결과를 분석하기 위하여 완성차(현대차와 기아차) 조합원을 대상으로 하는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설문은 7월11일부터 8월5일까지 이루어졌다. 배포한 설문지는 총 400부였고, 이중 262부가 수거되었다. 본 설문 조사는 조합원들이 산별 전환에 찬성한 원인을 제대로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그 경향성을 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설문 분석 결과를 글로 엮었다.
설문 응답자들의 인적 속성은 [표1]과 같다. [표1]에서 볼 수 있듯이, 직책별 응답자 수의 대표성이 높지 않아 설문 분석에서 직책별 응답의 분석은 그 의미가 매우 약함을 감안해야 한다.
1) 산별전환 결정에 영향을 미친 요인들의 중요도
산별 전환 결정에 끼친 영향력의 중요도를 6점 척도로 점수를 매겨, 그 평균값을 계산해 보았다. [그림1]에서 보듯이, ‘고용안정의 대안으로 기대감 > 집행부의 적극적 활동 > 대의원의 적극적 활동 > 정리해고 구조조정 경험 > 대공장노조의 산별 가결 전망’ 등의 순으로 조합원들은 중요했다고 응답했다. 조합원들은 기업별노조체계에서 해결되지 않는 ‘고용’의 문제를 산별노조체계에서 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고 있으며, 노동조합 주체들의 적극적 역할이 이번 산별 전환의 압도적 가결에 큰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다.
2) 산별전환 활동의 적극성
다음으로 산별전환 활동에 대해서 각 그룹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활동했는지를 묻는 응답 결과는 [그림2]와 같았다. 기아차나 현대차 모두 집행부, 대의원, 현장조직의 순으로 적극적있다고 응답했다.
3) 예상한 기대치와 투표 결과와의 비교
응답자들에게 ‘개인적으로 산별 전환 투표 결과가 예상한대로 나왔는가’의 여부를 물어보았다. 응답 결과는 ‘예상대로 나왔다’가 절반에 가까우며, 예상보다 높았다고 응답한 사람도 약 42%나 되었다. 노조별로 보면, 기아차는 예상대로 나왔다는 응답(47.7%)이 높은 반면, 현대차에서는 예상보다 높았다는 응답(45.8%)이 더 많았다.
특이한 점은 임원상집(64.3%)과 대의원(48.4%), 소위원(65.4%)들 대부분은 예상보다 높았다고 생각하는 반면, 평조합원들은 예상대로 나왔다(52.3%)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4) 산별전환에 찬성한 이유
기아차, 현대차 모두 산별전환에 찬성한 이유에 대한 비중은 ‘노조 조직력·교섭력 강화’가 가장 높았다. 하지만, 기아차에서는 ‘고용안정에 더 유익한 조직’이라는 응답이 그 다음으로 높았고, 현대차에서는 ‘복수노조로 인한 현장노조 힘 약화 우려’가 그 다음으로 높았다. 현대차의 경우 소위원들 가운데 61% 정도가 복수노조로 인한 현장노조의 약화를 우려하고 있었다.
5) 사용자의 반대 정도
현장에서는 이번 산별 전환에 대해서 사용자 측에서 이렇다 할 대응을 안 했다(52.3%)고 느끼고 있었다. 특히 평조합원의 58.6%가 사용자가 ‘별로 반대 설득을 안 했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이 부분도 기아차와 현대차 간에 차이가 있었는데, 현대차에서는 ‘꽤 반대 설득(46.3%)’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6) 자동차대공장 노조의 산별 전환 지연 이유
‘현장조직의 분열’이 자동차 대공장 노조가 산별 전환을 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이었다는 것이 응답 결과에서 나타났다. 다음으로는 ‘임금과 근로조건의 하향 평준화에 대한 우려’와 ‘산별전환 이유에 대해서 인식하고 있지 못하다’는 응답의 순으로 비중이 높았다. 특히 현대차에서 ‘현장조직의 분열(39.3%)’을 가장 높게 꼽고 있다는 점, 그리고 기아차와 현대차를 나눌 것 없이 현장조직에 가입한 조합원들조차 ‘현장조직의 분열(50%)’을 주되게 꼽고 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7) 산별전환 교육활동 시 가장 관심 깊었던 내용
‘산별노조의 필요성과 전환 이후의 구체적 전망’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특이한 점은 현대차 노조의 경우, ‘한국산별노조 성과와 조직운영(28.6%)’에 대해서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8) 기업별노조 기득권(교섭권, 조합비 배분권) 포기 의사
산별노조 전환의 가장 큰 목적이라면 기업별노조 체계를 해체하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항목에 대한 응답 결과는 매우 중요한데, ‘아니다(21.1%)’보다는 ‘그렇다(27.6%)’가 높지만, 절반이 넘는 조합원들이 ‘잘 모르겠다(51.3%)’고 응답하였다. 특히 평조합원들의 60% 가량이 이렇게 응답함으로써, 산별로 전환하기로 결정한 것을 곧바로 기업별노조 체계의 해체로 연결 짓기에는 무리가 있으며, 계속적인 산별노조에 대한 홍보와 교육이 뒷받침되어야 함을 알 수 있다.
9) 근로조건 하향평준화에 대한 태도
산별노조로 전환할 경우, 중소영세업체와 비정규노동자들의 요구가 반영되어 대공장들의 근로조건이 하향평준화 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 응답자들은 ‘하향평준화 되도 연대 위해서 필요하다(38.2%)’고 응답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점진적 개선과 고용안정이 되면 이익’이라고 응답한 경우도 32.7%나 되어 앞으로 산별노조의 의제를 둘러싸고 많은 논의가 필요함을 보여주고 있다.
10) 향후 산별노조 건설 과정에서의 주요 활동
산별노조 건설과정에서 노력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조합원 산별노조 교육(24.3%)’보다 ‘현장조직간 결속(29.7%)’이 더 높았다. 이 부분은 현대차와 기아차가 매우 다르게 나타났는데, 기아차는 현장조직간 결속, 타 대공장노조와의 연대, 조합원 산별노조교육의 순인 반면, 현대차의 경우, 집행부-대의원의 결속이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조합원 산별노조 교육, 현장조직간 결속으로 나타났다. 산별 건설을 위해서 힘껏 뛰어야 할 간부 및 현장활동가들의 단결된 추진력이 산별노조 건설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지를 반증하는 응답 결과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