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콤 사태, 꼬이고 꼬인 삼각관계

노동사회

코스콤 사태, 꼬이고 꼬인 삼각관계

편집국 0 4,542 2013.05.29 09:09

 

“배가 침몰하려고 하는데 우선 배부터 살려놓고 보자는 거죠.”
“지금 배가 정원이 꽉 찼어요. 한두 명 더 올라타면 가라앉을 판인데 저희로서도 어떻게 할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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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22일 코스콤비정규직지부 조합원들이 마포대교 북단에서 남단까지 1.4km 구간을 '8보1배'를 하며 건너고 있다. ]

이랜드 사태에 이어 비정규직법 악용의 대표적인 사례로 떠오르고 있는 코스콤.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코스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파견받아 사용하면서 도급으로 불법위장을 했느냐는 법리적인 문제다. 그러나 이것 말고도 주목받고 있는 문제가 한 가지 더 있다. 코스콤 투쟁 경과에서 보였던 ‘정규직노조의 태도’다. 언론에 몇 차례 보도된 바에 따르면, 그동안 코스콤 정규직노조는 비정규직노조의 투쟁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두고 정규직노조가 “그렇지 않다.”고 명확하게 부인한 적은 거의 없었다. 이와 관련해서 사태의 진실을 알아보기 위해 만난 코스콤 사측과 정규직노조에서, 흥미롭게도 같은 소재의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바로 ‘침몰하는 배’ 이야기였다. 위에 인용한 두 이야기 중 하나는 코스콤 사측의 이야기고 하나는 정규직노조의 이야기다. 어느 것이 사측의 입장이고 어느 것이 노조의 입장일까? 

파견요건 강화되서 도급전환? 그런 적 없네요!

이번 사태의 첫 번째 문제인 불법파견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조사가 있었다. 이미 오래 전부터 파견노동자들을 사용해왔던 코스콤은 비정규직법 시행을 앞두고 불법파견 시비를 없애기 위해 50여 개의 파견업체들과 계약을 해지하고 5개로 통폐합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증전엔지니어링(증전)이라는 회사다. 이 회사는 처음에는 파견업체로 등록해 파견업무를 하다가, 어느 시점부터는 파견허가 없이 파견업무를 해왔다. 무허가 파견은 불법이다. 합법파견이라 해도 파견기간이 2년이 지나면 원청에서 직접고용한 것으로 인정된다. 노동부가 지난 10월8일 코스콤 사건을 불법파견으로 판단해 검찰에 송치한 것도 이 부분이 결정적인 이유였다. 이런 불법파견 시비를 없애기 위해 5월부터 코스콤이 파견업체 통폐합과 사무실 칸막이 분리, 나누미(사내 메신저) 차단 등의 조치를 취해왔다는 것이 비정규직노조의 주장이다.

증전의 무허가 파견 의혹에 대해 윤홍식 코스콤 홍보팀장은 “최근에 파견허가 요건이 강화되면서 그 요건을 맞추기가 힘들어 2003년 10월에 파견허가를 반납하고 도급으로 전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파견허가 없이 파견업무를 해온 것이 아니라, “파견허가를 자발적으로 반납하고 그 뒤로는 도급업무를 해왔다.”는 것이다. 코스콤이 비정규직법에 대응하기 위해 파견업체들을 통폐합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작년부터 준비한 것이다. (파견업체들이) 재무상태가 불건전하고 인력수급을 원활히 하지 못했다. 장애가 발생했을 때의 대응도 제대로 안 되서 자본금 5억 이상의 요건을 두고 입찰을 받아 파견업체를 새로 선정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증전에 대해 “처음부터 파견이 아니라 도급으로 쓴 것”이라고 했다가 증전이 처음에는 파견허가를 받지 않았냐고 기자가 묻자 “처음에는 파견과 도급이 같이 있었다.”고 말을 바꾸는 등 그의 해명을 신뢰하기는 힘들 것 같다. 게다가 파견허가 요건이 강화돼 파견허가를 자진 반납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노동부 정형우 비정규직대책팀장은 “증전이 2003년부터 허가 없이 파견을 해온 것은 맞다. 하지만 최근에 파견업 허가 요건이 강화된 적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사우회는 ‘착취’, 노조는 ‘불인정’… 정규직은 사측 편?

증전에 대한 의혹은 또 있다. 이 회사는 코스콤 사우회가 100% 출자해서 만든 회사다. 사우회는 코스콤에 입사하면 자동적으로 가입이 되는 조직이다. 윤홍식 팀장은 “직급에 상관없이 코스콤 직원이라면 누구나 사우회에 가입이 되어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사우회가 출자해 만든 증전이 ‘페이퍼 컴퍼니’(사업장, 직원 등의 물리적 실체 없이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 주로 세금 포탈 등의 목적으로 설립된다.)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즉 증전은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면서 코스콤과 비정규직노동자 사이에서 인건비를 수수료로 챙김으로써 이익을 냈고, 이 이익이 코스콤 정규직 직원들의 조직인 사우회에 배당됐다는 얘기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실이 증전의 대표이사와 감사가 각각 코스콤의 총무팀장과 인력개발팀장이라는 점이다. 우원식 대통합민주신당 의원도 최근 노동부의 코스콤 조사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해 이런 사실을 지적했다. 증전의 ‘대표이사’와 ‘감사’가 4대 보험도 코스콤 명의로 가입되어 있는 점 등을 들어 증전은 사업주로서의 실체를 인정할 수 없는 위장도급업체라는 것이다. 코스콤 비정규지부의 김유식 대외협력국장은 “오른손으론 코스콤 도장 찍고 왼손으론 증전 도장 찍고, 갑과 을이 같은 사람이란 거다. 이게 말이 되나.”라고 말했다. 사무금융연맹 역시 지난 10월9일 열린 “코스콤 비정규직 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비정규직노조 조합원들의 연간 급여가 22~23억 원인데 코스콤이 증전과 체결한 도급계약 금액은 32억 원이라며 그 차액이 사우회가 챙긴 몫이라고 주장했다.

사우회 문제에 대해서는 정규직노조를 빼고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코스콤 사태가 진행되는 동안 정규직노조와 비정규직노조에 불신이 쌓이게 된 사건이 두 가지가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이 ‘사우회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노사기본합의서 인정 문제’였다. 5월19일 비정규직노조가 설립된 이후, 코스콤 사측과 비정규직노조는 ‘교섭’이라는 간판을 달지 않고 만난 수차례 대화 끝에 7월4일 ‘노사기본합의서’를 체결했다. △비정규직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회의 구성, △매주 대표자회의와 실무자회의 개최, △지부 3명 대책회의 활동 인정과 2명 범위 내에서 추가 활동 보장 등이 그 핵심이었다. 그러나 체결 전날인 7월3일에 코스콤 이종규 사장은 정규직노조가 반대한다는 이유로 합의서 체결을 거부했고, 이에 비정규직노조가 정규직노조 사무실에 방문해 항의하기도 했다. 지난 6월21일에는 정규직노조와 사측이 △종업원지주제 도입, △신규직원 채용 시 비정규직 배려, △도급계약 조건 조정 등의 내용에 대해 비정규직 지부와 협의 없이 합의해 파장이 일기도 했다. 정규직노조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일기 시작한 것도 이 때부터였다

계속되는 구조조정… 정규직도 ‘내 코가 석자’

지난 10월2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우승배 코스콤노조 위원장이 소환된 다음날 코스콤노조를 방문했다. 정규직노조에 쏟아지고 있는 비판의 화살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궁금했다. 이 자리에서 만난 정재석 코스콤노조 부위원장과 오인환 사무국장은 “구조적인 문제가 최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증권선물거래소(KRX)의 자회사로서 코스콤이 가지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자세하게 알려면 작년에 있었던 코스콤 정규직노조의 투쟁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한다.

2003년 재경부가 발표한 『증권·선물시장 선진화 추진계획』에 따르면, 증권·선물시장의 선진화는 기존의 시장 업무를 4개 분야로 나눠 KRX, 증권예탁결제원, 코스콤 등이 각 분야를 전문적으로 맡는 방향으로 추진하도록 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전산통합 업무는 코스콤이 담당하도록 되어 있었다([그림] 참조). 그러나 KRX가 전산영역에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코스콤의 사업영역이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했고, 그에 따라 작년 하반기에 정부와 모회사인 KRX를 대상으로 한 투쟁이 벌어졌다. 아직도 이 문제는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고 한다. 오인환 코스콤노조 사무국장은 “우리도 7개월을 싸워왔다. 그러다가 올해 3월에 이종규 사장이 4사([그림] 참조) 합의를 하고 왔고, 조합원 총회를 거쳐 투쟁의 수위를 낮췄다. 그리고 돌아보니 비정규직 문제가 터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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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X의 상장이 눈앞에 다가온 지금은 더 큰 불안감이 번지고 있다. 구조조정의 바람에 대한 불안감이다. 정재석 코스콤노조 부위원장은 “KRX가 상장이 되면 주식회사가 되는 건데, 그러면 분명히 곧 구조조정의 피바람이 올 거다. KRX의 구조조정이 있을 때면 우린 항상 그보다 더 큰 구조조정을 겪었다. IMF 이후 총 200명 정도가 구조조정됐다. 노동조합이 조합원의 생존권을 가장 먼저 챙겨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제 앞으로 우린 저 싸움(비정규직노조의 싸움)보다 몇 배는 더 크게 싸워야 한다. 두고 봐라. 우리가 한 번 싸우면 증권시장이 멈춘다.”고도 했다. 국감에서 우승배 코스콤노조 위원장이 “우리도 (KRX가) 전산 사업을 가져가는 통에 파이가 없어지는 등 구조조정으로 7개월 동안 싸웠다. 노동자들이 먹고 살려고 한다면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사업영역이 확보되지 않으면 정규직들도 힘들게 될 것이란 얘기다.

“비정규직 문제는 회사에 물어보시는 것이…”

이런 주장의 절박함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간단치 않다. 오인환 사무국장은 비정규직들과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회사측에 물어보지 않았나? 회사측에서 뭐라고 하던가? 자세한 건 우리보다 회사측이 더 잘 알고 있다. 저 분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물어보면 정확하게 말해줄 거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사실 확인을 위해 계속 물어보자 “일을 (사무실에) 와서 하시니까 그런 분들이 있나보다 생각하기는 했다. 우리 조합원들 방문하러 가봤을 때 옆에 있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조합원들 하는 업무에 대해서 수렴해서 하는 게 정규직 조합이지 …… 그 분들이 하는 건 어떻게 보면 관심이 안 된다. 조합원들의 이익을 대변해야 되기 때문에…….”라며 말을 흐렸다. 

정재석 부위원장 역시 “몇 분들이 다니면서 일 하는 건 봤지만 …… 같은 공간을 쓰고 있었는데 칸막이를 올린 거냐 하는 건 회사 쪽에 물어보시는 게 낫다.”고 답을 피했다. 같은 업무를 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봐라. 그 분들이 우리하고 똑같은 일 하고 있었으면 …… 지금 우리가 저렇게 싸우면 내일부터 장 안 선다.”고도 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 일정하게 선을 긋고 있는 듯 했다.

정재석 부위원장은 IMF 이후에 이뤄진 200여 명의 구조조정의 내용은 “정부정책에 따라 단순업무를 분리·통폐합, 외주화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지금 싸우고 있는 비정규직들이 하는 업무 중 일부는 예전에 자신의 동료였던 사람들이 했던 일일지도 모를 일이다. 실제로 김유식 비정규지부 대외협력국장은 “올해 조사해보니, 정규직이었다가 비정규직이 된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그냥 순응하더라.”며 안타까워했다. “사측이 이용하는 건데 …… 지금 50% 정도인 비정규직을 앞으로 회사가 75%로 올린다고 했다. 비정규직 투쟁에 같이 하지 않으면 그렇게 될 걸 왜 모르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또한 비정규직노조의 한 조합원은 자신의 업무에 대해 묻자 “처음에는 정규직이 하던 일이었다. 아직도 부산에 1명, 백업센터에 1명 정규직이 있다.”고 일러줬다.

1년 전과 180도 달라진 상황, 태도도 180도 전환

기본합의서와 사우회 문제에 대해서도 정규직노조의 냉랭한 분위기는 마찬가지였다. 오인환 사무국장은 기본합의서는 “그 쪽에서 제기한 문제고 (정규직)노조가 관여한 것도 전혀 없고 관여할 문제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우회 문제에 대해서도 “사업도 하고 이익도 남길 테지만 (정규직)노조와는 관련 없는 일이다. (사우회) 운영에 관한 모든 건 회사에 물어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사우회가 증전에 100% 출자한 것과 인건비를 수수료로 떼서 정규직들에게 배분했다는 얘기를 알고 있었냐고 묻자 “정규직노조 입장을 듣는 게 무의미할 것 같다. 확인해주기 힘들다.”는 말로 피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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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이 노동조합을 탄압하는 초유의 사태!!
-코스콤 노동자는 노동자의 길을 가겠다-

코스콤 노동조합은 항상 KRX 노동조합과는 같은 노동자라는 연대의식으로 소모적인 분쟁을 피해왔다. 그러나 …… “노조 위에 노조가 있고 노동자 위에 또 다른 노동자가 군림하는 현실”에 노동자의 이름으로 분노한다.

…… 노동자가 아닌 경영자적 행태를 감행한 KRX 노동조합 집행부는 더 이상 노동자의 대변자일 수 없다. …… 2003년 선물시장 사수를 위한 KRX 노동조합의 연대 요청에 코스콤 노동조합은 가열찬 동지애로 지원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고자 하는 작금의 몰염치와 얄팍한 술수에 대해 연민의 정을 느낀다. 

KRX 노조에서 보이는 일련의 사태와 감정적이고 소모적인 성명서는 어떠한 파국적인 결과를 가져올지 생각해 보기 바라며 그 결과의 책임은 모든 노동자가 평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KRX 노조 집행부에 있다.

*출처: 코스콤노동조합 홈페이지, 2006년 11월14일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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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산시장을 둘러싸고 벌어진 작년 투쟁에서, 코스콤노조 역시 KRX노조와의 갈등을 경험한 적이 있다. 위에 인용한 것은 그 과정에서 2006년 11월14일 코스콤 정규직노조가 KRX노조 앞으로 발표한 성명서의 일부다. 코스콤은 KRX의 전산 담당 자회사이다. 그러나 자회사의 시장영역을 침범하는 KRX에 대한 투쟁의 과정에서 KRX노조와도 갈등이 표출됐다. 단순하게 도식화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작년에는 현재의 코스콤 정규직노조가 KRX노조, 코스콤 비정규직지부는 코스콤 정규직노조의 입장이었던 셈이다. 

성명서에서 발췌한 위 내용에서 “코스콤노조”를 “코스콤 비정규지부”로, “KRX노조”를 “코스콤 정규직노조”로 바꿔놓으면 그 때와 지금의 상황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유식 비정규지부 대외협력국장은 “작년 투쟁 때 정규직들이 그랬다. “협력업체 여러분, 여러분들도 한 가족입니다. 싸움에 동참해 주십시오!” 그래서 하던 일 놓고 집회 같이 나가고 그랬다. (정규직들은) 노조 조끼를 의자에 걸어놓고 일하시기도 하는 분들이다. 옳은 일에는 조끼 입고 와서 같이 팔뚝질 하는 게 진짜 노동자 아닌가. 이제까지 단 1명도 안 왔다. 단 1명도 옳지 못한 일이라고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는 조직이라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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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 앞에 세워진 '비정규직 통곡의 탑'. 10월30일 현재 50일째 고공단식농성이 이어지고 있다. ]

묘하게 비슷한 노사, ‘배’부터 고쳐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사측과 정규직노조가 했던 비슷한 얘기는 한 가지가 더 있다. “우리도 저들과 똑같다.”는 것이다. KRX의 자회사인 코스콤이나, 코스콤의 하청업체인 비정규직들이나 똑같다는 얘기다. 오인환 사무국장은 작년부터 흑자를 내고 있는 코스콤의 재정상황에 대해, “코스콤이 갖고 있는 코스콤 지분은 하나도 없다. 70%는 KRX, 나머지는 증권사들이 가지고 있다. 이익이 나도 우리는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얻는 것이 없다.”고 말했고, 윤홍식 홍보팀장은 “흑자가 났다고 해서 정규직화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우리도 똑같은 하청업체 직원들인데 …… 건물도 월세다. 유보자금도 필요하고.”라고 말했다(윤홍식 팀장에게 확인한 주주 배당률은 5~10%였다). 글의 첫머리에 인용한 ‘침몰하는 배’ 이야기도 이 연장선상에서 나왔다. 첫 번째 인용은 정규직노조가, 두 번째는 사측이 들려준 이야기였다.

코스콤 이전에 이슈화됐던 이랜드 싸움의 한 축이었던 뉴코아노조도 정규직 중심의 노조였다. 그러나 두 정규직노조의 태도는 큰 차이가 있다. 증권·선물시장 선진화 계획에 대한 작년 투쟁에서 “구조조정의 피바람”을 가져올 ‘KRX 상장’ 과정에서 사업영역 확보에만 중점을 두었던 정규직노조와, “가라앉는 배”를 고치려고는 하지 않고 배에 타고 있는 사람 중에 가장 힘없는 사람부터 배 밖으로 내보내려고 하는 코스콤 사측의 기본적인 인식이 이번 사태를 키우고, 계속 커져만 가는 상황이 다시 정규직노조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아닐까? KRX 건물 앞에 천막을 치고 한겨울을 날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미 배 안에 타고 있는 사람들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2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