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제] 풀빵 노동공제 3년, 무엇을 남겼나 - 주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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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제] 풀빵 노동공제 3년, 무엇을 남겼나 - 주진우

윤효원 1,398 08.21 16:40

풀빵 노동공제 3년, 무엇을 남겼나


주진우 (풀빵노동공제연구소 소장)



(사)노동공제연합 풀빵(이하 ‘풀빵’)이 출범한 지 3년이 지났다. 짐작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풀빵’은 전태일 열사의 그 ‘풀빵’이다.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던 어린 여성 노동자를 위해 풀빵을 사주느라 버스비가 떨어진 청년 전태일이 청계천 공장에서 쌍문동 집까지 걸어가다가 통금에 걸려 파출소에서 밤을 샜다는 얘기에서 따온 이름이다. 자신도 노동자이지만 자신보다 사정이 좋지 않은 사람을 위한 애정과 연대의 정신이, 어려운 노동자들 사이의 상호부조와 연대를 원리로 하는 ‘공제’와 통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제도 바깥에서 힘겨운 노동을 하는 사람들


‘풀빵’은 국가나 사회의 제도 바깥에서 힘겨운 노동을 하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돕기 위해 만든 노동공제조직들의 연합조직이다. 노동공제를 운영하고 있는 노동조합과 단체가 당사자 조직으로 참여하고 있다. 봉제노동자, 제화노동자 등 영세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대리운전기사, 배달라이더 등 이른바 플랫폼 노동자들. 방송작가, 미디어노동자 등 프리랜서들. 환경미화노동자와 마루노동자들, 그리고 퇴직노동자 등이 모여 있다. 동일한 직업을 가지고 있지는 않아도 경기북부, 안산, 부천, 서울마포 등 지역 중심의 노동공제조직도 포괄하고 있다. 공제운동에 취지를 같이 하는 단체들도 지원조직으로 함께 하고 있다.


일시적 생활의 어려움을 겪는 회원들에 소액대출도 하고, 다쳐서 입원하면 소액의 수당도 지급한다. 공제항목 가운데는 매년 1회 지급하는 소박한 명절 선물도 있다. 명절이 되어도 김 한 박스 오지 않는 사람들의 마음이 담겼다. 기본공제회비는 월 6,000원. 직장인들의 한 끼 식사비도 되지 않는 적은 금액이지만, 수입이 넉넉지 않은 회원 노동자들에게는 조금은 부담스러운 돈이다. 그런데 이 6,000원 가운데 300원(5%)을 떼어 적립을 한다. 사회연대기금. 더 어려운 사람을 위한 일을 지원하고 연대하는 데 사용한다. 


‘공제(共濟’)는 일반적으로는 “힘을 합하여 서로 도운다”는 뜻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공제는 “회원들이 미리 일정한 금액의 돈을 적립해 사고, 질병, 기타 경제적 어려움이 발생할 때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것”으로 의료비 지원, 긴급자금 대출, 경조사에 대한 상호부조 등 다양한 사업을 포괄한다. ‘노동공제’라면 노동자 등 일하는 사람들이 주체가 되어 수행하는 ‘공제’로 정의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노동공제의 역사는 무려 10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제강점기인 1920년 조선노동자의 상호구제를 위해 이 땅에 처음으로 ‘조선노동공제회’가 만들어졌다. 이를 바탕으로 노동조합 조직사업과 동맹파업 등을 주도하다가 1924년 조선노농총동맹이 창립되면서 발전적으로 해체하였다. 이런 역사에 따르면 노동공제회는 노동조합이 발전하기 전의 초보적인 상호부조 조직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도 같은데, 왜 한국 사회에서 지금 다시 부각되고 있는 것일까. 여러 가지 이유로 기존 노조의 조직화 방식으로는 조직화가 어려운 불안정 노동자가 상당수에 이르기 때문이다.



불안정 노동자 조직화의 마중물로서 ‘노동공제’


잘 알다시피 한국 사회의 노동 불평등이 심화되고 구조화되면서 임금과 노동조건, 복지에서의 차별과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 영세사업장 노동자에 더해 플랫폼 노동자와 프리랜서 노동자 등 구조적 불안정 노동층이 증가하고 있다.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은 사업의 영세성 때문에 정상적인 노사관계 구축과 사용자와의 교섭을 통한 임금 노동조건 향상이 쉽지 않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특수고용, 플랫폼, 프리랜서 노동자들은 교섭의 상대로서 사용자를 특정하기가 어렵게 노사관계가 형성되고 있고, 잦은 이동성과 고립성 때문에 노동조합으로 조직화하기가 까다롭다.


이에 따라 정규직의 조직률은 18.9%이나 비정규직은 2.8%이고(김유선,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 2023.8), 300명 이상 기업의 조직률은 36.9%이나 30명 미만의 기업은 0.1%(노동부, 2022년)에 불과하다. 불안정노동자의 낮은 노동조합 조직률은 안 그래도 열악한 이들의 임금 노동조건 및 복지 수준의 개선을 어렵게 해 차별이 고착화된다. 이들은 임금 퇴직금 상여금, 시간외수당, 휴가 등 기업 내 근로조건에서 차별받을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의 적용에서도 다수가 배제되고 있다.


기존 노동조합의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 및 정상적 노사관계 형성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위에서 살펴 본대로 그 성과는 매우 미흡하다. 전통적인 조직화 및 교섭 방식을 보완하고 넘어서는 새로운 조직화 방식이 요구되고 있다. 여기에서 공제사업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공제 사업을 통해 상호부조를 통한 최소한의 복지를 보장하고, 조직에 대한 소속감과 신뢰감을 형성함으로써 노동조합 조직화의 마중물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자조와 연대를 통한 최소한의 복지 확보 


실제로 봉제인공제회는 규모가 영세하고 조직화가 쉽지 않은 어려운 조건에서 공제를 탑재함으로써 조직 활성화를 이룬 사례이다. 봉제인공제회는 이러한 모델을 ‘공제회를 품은 노동조합’이라고 부르고 있다. 대리운전 노동자나 배달 노동자 등 플랫폼 노동자 방송작가 등 프리랜서 노동자 등 교섭 대상인 사용자가 법적 책임을 회피해 교섭이 쉽지 않은 노동자들도 조직 결속력을 강화하고 조직을 확대하기 위해 공제를 활용하고 있다. 또한 지역 차원의 다양한 불안정 노동자 조직화의 방식으로 지역공제회가 추진되고 있다.


이들 조직들은 공제사업을 통해 자조와 상호연대를 통한 최소한의 복지 확보를 바탕으로 불안정 노동자의 조직화를 통한 사회적 권리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사업장 혹은 직종 내 적정 임금 및 단가 보장 및 플랫폼 수수료 인하,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에 더해 노동경력 인정,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사회보험 적용,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등의 제도개선 요구와 투쟁으로 발전할 뿐 아니라 불합리한 산업정책의 개선을 위한 투쟁으로 나아가고 있다.


공제운동은 이윤과 경쟁이 지배하는 사회 구조를 극복하기 위한 연대와 협력의 사회적 기반을 형성하는 사업이기도 하다. 공제운동 자체가 ‘상호부조와 연대’를 그 가치로 하고 있고,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 주체 및 방식과의 협업을 통해 ‘호혜와 연대’의 사회로 나아가는 물적 토대를 형성할 수 있다. 또한 지역 사회 풀뿌리 운동, 지역공동체 운동과의 연대로 대안적 생활방식 확산에도 기여할 수 있다.



풀빵의 공제상품


‘풀빵’은 지난 6월 창립 3년을 맞이하여 <노동공제연합 풀빵 성과공유회>를 열었다. 노동공제운동이 가진 의의와 필요성은 진작 확인했지만, 현실에서는 과연 어땠을까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노동공제사업 현황과 발전 방안>이 발표되었다. 이날 발표된 연구 결과는 지난 3년 동안 노동공제품목 운영 현황을 분석하고, 풀빵의 회원 노동자와 활동가들에 대한 심층 면접조사를 통해 풀빵의 노동공제사업이 이들 노동자의 삶에 과연 어떤 의미였는지, 그 효과는 무엇이었는지, 개선 방안은 무엇인지를 살펴본 내용으로 이루어졌다.


‘풀빵’의 공제상품은 기본공제(1호), 적립형 공제(2호), 비상금고(3호)와 풀장서비스로 이루어져 있다. ‘기본공제’는 매월 6,000원의 공제회비를 내면 명절선물(연 1회), 입원수당(4일 이상 입원 시 1일 4만원, 총 16만원 한도), 소액대출(1인 최대 150만원)을 제공하는 서비스이다. ‘적립형 공제’는 5~20만원을 3~5년간 적립하면 만기 시 2% 이자에 해당하는 응원금과 기금운용 실적에 따른 축하금을 지급하는 서비스이다. ‘비상금고’는 매달 5~10만원씩 총 90만원을 적립하면 만기 시 응원금 10만원을 더해 100만원을 지급하고, 적립 후 바로 수령하지 않고 계속 유지하면 300만원까지 소액대출권을 부여하는 서비스이다. 풀장서비스는 의료‧법률‧상조‧숙박‧여행 등 상품을 관련 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할인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노동공제 가입과 이용 규모의 빠른 증가세


우선 노동공제품목 운영 실태를 살펴보면, 지난 3년간 전반적으로 노동공제 규모가 확대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기본공제회원수는 2022년 초 97명에서 시작해 2024년초 2,799명으로 크게 늘었다. 기본공제 중 소액대출 신청은 총 228건, 3억3,850만원에 달했다. 소액대출 신청 사유는 대부분 생활비(82%)였고 의료비(11%), 자녀교육비(5%), 대출상환비(2%)가 뒤를 이었다. 


입원수당의 총 지급횟수는 173회, 1회 평균 지급액은 12만 7,390원이었다. 입원수당 신청 사유는 업무 중 교통사고(63%) 등 업무상 부상에 따른 입원이 가장 많았고 그 외 질병(23%), 상해(6%) 등이었다. 입원수당은 라이더유니온(92건)과 대리운전(28건), 카부기공제회(22건) 등이 대부분을 차지했는데, 이는 이들 오토바이 배달 및 대리운전 노동자들이 업무상 교통사고 위험에 상시적으로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비상금고의 누적 가입자 수는 263명이고 해지자와 만기수령자를 제외하고 현재 비상금고 적립을 유지하고 있는 회원 수는 71명이다. 풀장서비스는 2022년 1분기 132명에서 2024년 1분기 3,474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짧은 기간 동안 노동공제 가입 및 이용 규모가 크게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공제가 일시적으로 생활이 어려운 상태에 처하고 부상 질병 등의 사고를 당한 노동자에게 필요한 경제적 지원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풀빵 회원들의 반응 


회원 노동자와 활동가들의 면접 조사 결과는 위의 객관적 운영 실태에 비해 훨씬 구체적인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이들 노동자들의 육성을 통해 어렵게 삶을 이어가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공제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보다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면접조사 결과는 몇 가지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 


“가뭄 속 단비, 생명수, 비상금 – 생활이 어려울 때 경제적 지원 수단” 


일을 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생활 상 어려움으로 급전이 필요할 때, 입원했을 때 풀빵의 소액대출, 입원수당 등의 공제서비스는 ‘가뭄 속 단비’, ‘생명수’, ‘비상금’의 역할을 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소액대출을 받았을 때 좀 많이 힘들었죠. 그 때 정말 고마웠죠. 대리기사들이 은행권에 가면 대출이 전혀 안 됩니다. 그래서 사채를 쓰는 분들이 많은데...진짜 가뭄의 단비죠.”


“진짜 단비 같았어요...이번 같은 경우에는 진짜 맨몸으로 나앉은 상태에서 10원 하나가 절실한 상황에서...엄청 나게 고맙고 큰 거죠, 저한테 의미가. 150만 원이 아니고 1,500만원의 의미가 있는 돈이었죠.”


“아무런 안전망이 없는 상황에서...풀빵이 있고 이런 게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됐었죠...생명수와 같았죠. 그게 없었으면 정말로 힘들었겠죠...제가 입원을 하든 어찌 됐든 간에 생활비가 똑같이 들어가니까. 저한테는 사회안전망 같은, 보호막 같은, 생명줄 같은”


“풀빵에서 입원수당... 금액을 떠나서 참 고맙죠. 누워서 10원 한 푼 벌수도 없는 입장에서 그 정도 돈을 주면 그래도 한 달을 버틸 수는 있거든요.”


“병원비가 600(만원) 넘게 나왔어요. 카드를 긁었는데 한 달 두 달 세 달 이렇게 가니까 점점 이게 버거워지더라고요...그런데 ‘비상금고’가 생각이 나더라고요...300(만원)이라도 저한테는 엄청 요긴했어요. 그때 뭐 누구한테 손 벌릴 수도 없고. 어떻게 할 수도 없어. 그걸(비상금고) 딱 받아서 해결하니까 너무 감사하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참 이게 좋은 제도구나 했지요.”



소박한 명절선물에서 느끼는 고마움과 자존감


공제는 단순한 경제적 도움 이상으로 관계의 신뢰를 바탕으로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잃지 않게 해주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었다.


“받으면 고맙죠. 대리(운전)할 때는 말 그대로 직장생활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명절 선물이 오면 반갑죠. 뭐 얼마짜리 금액을 떠나서 고맙죠.”


“되게 감사하죠. 값어치를 떠나서 그렇게까지 신경을 써준다는 그런. 저 하나뿐이 아니라 그 많은 분들을 그렇게 다 일일이 챙겨준다는 것도.”


“나한테 어떤 선물이 온다, 나를 위해서 온다. 자존감이 높아지는 거죠...이제까지 누가 아무도 안 쳐다봐줬는데. 나한테 누가 선물이라는 거를 준다, 나를 본다는 자체가 좋았다는 말이죠.”


“누군가에게 대접받는다는 어떤 그런 거를 느꼈어요.”



소속감과 든든함, 울타리, 진흙 – 조직 유입 및 조직 유지 효과


면접 조사에 응한 노동자들은 공제 서비스를 받으며 든든한 울타리로 보호받는 느낌, 기댈 언덕, 조직에 대한 소속감을 느낀다고 답하고 있었다. 노동조합이나 노동자 조직이 필요한 이유로, 그 매개로 노동 공제가 작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공제가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이나 공제회에 가입을 쉽게 하고 유지하는 매개 수단 역할도 수행하고 있었다.


“(명절선물을 받고) 진짜 약간 뭔가 소속되어 있는 기분이 들어서 다들 좋아했던 것 같아요.”

“내가 가입해서 지금 어떤 울타리 안에 있구나 라는 생각”


“묻고 따지지 않고 된다 해야 되나? 모든 은행은 사람의 신용이나 이런 게 들어가잖아요. 근데 (‘풀빵’의 소액대출은) 그거 없이 되니까 뭔가 그때 처음 제가 ‘풀빵’이라는 게 좋은 거구나 느꼈거든요. 그래서 뭔가 저는 그런 의미에서 되게 든든한 느낌이 들었어요.”


“공제회에 들어오면...뭔가 버팀목이 생겼다...이런 걸 통해 굉장히 정말로 전에는 같이 만나며는 동료가 아니고 경쟁자였거든요. 콜을 먼저 받아야 되니까. 근데 이젠 동료가 돼 가고 같은 가족이 돼가는 것 같더라고요.”


“노조에서 그런 것도 해요? 하면서 호감도가 올라간다는 거 그게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소액대출이 1번입니다. 그것 때문에 가입하는 사람들이 억수로 많아요. 그런 유인책이 상당히 도움이 많이 되죠.”


“우리 공제회가 이렇게 짧은 시간에 성장할 수 있었던 어떤 밑바탕이 저는 풀빵이라고 보고 있거든요. 풀빵하고 결합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고. 우리 회원들의 이 풀빵을 바라보는 인식도 굉장히 좋고. 그리고 여기 품목들도 굉장히 좀 호응도가 높습니다.”


“좀 더 결속력을 가지게 할 수 있는 하나의 매개 장치가 되는 거죠. (지금은) 모래알처럼 갈라져 있지만 (풀빵 가입하면) 진흙처럼 조금 잘 뭉쳐지지 않을까.”



도움을 받았으니 도움을 줘야 - 호혜와 연대


풀빵 공제를 통해서 자신이 어려울 때 도움을 받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남이 어려울 때 도와야 한다는 호혜와 연대의 정신으로 발전하는 사례도 확인되었다.


“저도 그거(비상금고)를 찾을 생각은 안해요. 나같이 이렇게 필요한 사람이 한 번씩 또 이용하면 좋잖아요...나도 도움을 받았으니까 다른 사람에게도 또 도움을 줘야 되잖아요.”


“제가 150만 원 대출받았을 때 제가 꼭 필요할 적에 어떤 생명수 같은 그런 의미였듯이 내 100만 원으로 말미암아서 또 다른 누군가 힘든 분들한테 도움이 된다면 그것만큼 좋은 게 없죠.”


회원들의 육성으로 확인한 풀빵 노동공제의 의의를 정리해서 말한다면 단비 같은, 비상금 같은 경제적 사회적 안전망으로 기능하고 그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하나의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지킬 수 있게 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든든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조직으로서 노조나 공제회의 신뢰도를 높이고, 노동자들이 노조에 쉽게 가입하고 유지할 수 있는 매개 기능도 하고 있다. 나아가 자신과 같은 동료 노동자들의 어려움에 함께 연대하는 정신도 발전시키고 있다.


이날 성과공유회에서는 전태일의 풀빵 정신에 따라 ‘풀빵사회연대기금’도 전달했다. 풀빵 사회연대기금은 기본공제 월 부금 6,000원에서 5%(300원)를 떼어 적립한 기금이다. 이렇게 적립한 사회연대기금 1천만 원을 자립준비청년 지원단체와 지역노동공제추진 단체에 지원했다. 두 단체 중 대안교육기관 청소년 도서관 ‘작공’은 2011년부터 보호아동, 학교밖 청소년 등을 위한 공간으로 시작하여 아동‧청소년이 사회진출 후에도 지속해서 관계를 갖고 지원하는 단체이고, ‘강동 기후생태 유니온’은 불안정노동자 지원과 지역사회 공동체 활동, 생명‧평화운동을 이어온 역사를 배경으로 지역노동공제를 추진하고 있는 단체이다.



노동공제 활성화를 위하여

 

이제 사실상 발걸음을 겨우 떼고 있는 풀빵 노동공제는 한계와 개선해야 할 점도 많다. 우선 재정 안정화 방안 마련을 전제로 효과적이고 체감도 높은 공제품목을 개발하고, 풀장서비스(업체 할인서비스)를 확대하고 온라인 쇼핑몰 등 보다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한 공제사업의 필요성과 성과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공제사업에 대한 회원 교육을 강화함으로써 공제사업에 대한 저변을 확대하고, 조직 활성화와 연대의 문화를 발전시켜야 한다. 규모가 확대되고는 있지만 재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사회적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존 노조, 업종별 불안정 노조, 지역공제회 등 공제회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 나아가 공제사업 활성화를 위한 법 제도 개선 사업도 적극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한국 사회 ‘노동공제’는 지금 100년 전 노동조합 여명기의 옛날 모델로만 치부될 수는 없다. 노동시장과 노사관계가 변하고 있고, 새로운 불평등이 구조화되는 시기 불안정 노동자, 영세 사업장 노동자, 플랫폼 프리랜서 노동자 등에 대한 창조적인 조직화 방안이 시도될 필요가 있다. 기업과 국가 복지로부터, 그리고 노동조합 조직화로부터 소외되고 있는 불안정 노동자의 노동조건과 복지 개선, 이를 위한 집단적 조직화의 의미 있는 수단 가운데 하나로 ‘노동공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출처: <e노동사회> 2024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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